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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시시각각] 영화〈28년 후〉…성공적 예매율과 분노바이러스 그리고 편향된 폭력
  • 이재용 평론가
  • 등록 2025-07-09 00:00:01
  • 수정 2025-09-11 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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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감염과 치료 양면을 저주·구원의 변증법으로 펼친 바이러스라는 영화적 소재
  • - SNS 통해 확산하는 혐오·증오·분노 바이러스 폭력화 현실

영화 〈28일 후〉의 포스터 (출처: IMDb)

지난 6월, 언론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인용해 〈28년 후〉의 성공적인 예매율을 보도했다. 이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예매율만으로도 이 영화를 향한 관객의 기대는 증명됐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2002)의 후속작 〈28주 후〉(2007)를 젖혀 두고,  〈28년 후〉가 ‘첫 영화’의 정당한 후속작임을 분명히 했다.

 

여론은 무엇보다 ‘달리는 좀비’를 기대 요인으로 꼽았다. ‘좀비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에서 좀비는 두 손을 쳐든 채 느리고 둔하게 움직였다. 〈28일 후〉에서는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며 몸을 낮추고 돌진까지 하면서 좀비의 능력치가 올라갔다. 이후 〈월드워Z〉(2013)나 〈부산행〉(2016)에서는 무리지어 달리고 격투도 벌일 수 있게 됐다. 관객의 긴장감은 고조됐다.


좀비가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된다는 설정 역시 강화됐다. 물리는 것을 넘어 피만 뒤집어 써도 좀비가 됐다. 〈28일 후〉에서 좀비를 피해 도망친 소녀의 아버지는 좀비의 피가 눈에 떨어지며 감염된다. 


좀비 장르는 죽음 안에 생존만을 담고 있는 역설적인 존재(living dead)가 스크린을 압도하고, 폐허가 된 낮의 도시와 좀비가 출몰하는 밤의 공포가 대조되며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여기에 몇 가지 아이디어가 보태지는 것만으로 〈28일 후〉가 20년 넘게 후속작을 기다릴 정도로 명작일까?


달리는 좀비와 바이러스 감염이 좀비영화의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비틀린 몸으로 기괴하게 움직이던 생명체가 핏빛 눈을 번뜩이며 날쌔게 움직이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좀비영화뿐 아니라 뱀파이어영화에도 널리 퍼진 바이러스라는 소재는 감염과 치료라는 양면에서 저주와 구원의 변증법을 펼칠 수 있는 요인이다. 누구나 쉽게 만드는 클리셰다. 현실적으로는 사스와 메르스를 거쳐 코로나로 정점을 찍은 바이러스 전파는 〈28일 후〉를 잠깐씩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영화 〈28일 후〉의 시위 장면 (출처: IMDb)

그럼에도 후속작을 기다린 이유 하나를 오프닝 장면에서 짐작할 수 있다. 좀비가 등장하기 전, 뉴스들의 시위 장면을 편집해 보여준다. 그 끝 부분에서 (한국어로 쓰인) 경찰에 놀라는 다음 순간, 바이러스 실험실에 들어온 동물권 운동가들 때문에 감염된 침팬지가 풀려난다. 연구원은 침팬지의 감염원이 ‘분노바이러스(rage virus)’라고 밝힌다. 일시적인 짜증이나 화를 포함하는 ‘anger’가 아니라 격렬한 폭력을 동반하는 ‘rage’다. 


이를 흐름으로 보면, 대중의 의견을 매개 없이 관철하려는 포퓰리즘(시위와 실험실 점거) 속에서 (침팬지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보여주듯) 분노바이러스가 발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좀비의 위협이 상존하는데 생존자들끼리도 갈등하게 만들며 집중하게 한다. 


끝까지 좀비 퇴치, 치료법 발견, 안전지대를 두는 방향으로 끌어가지 않는다.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분대 규모의) 부대가 자기 조직의 보존이라는 목적으로 선회했을 때 약자(여성과 어린이)가 얼마나 취약한 대상으로 변하는지 보여주고 이들을 구하는 것이다.


〈28일 후〉가 나온 후 우리는 분노와 폭력을 여럿 목격했다. 영화에서 바이러스가 발현되는 것처럼 과격한 집단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고 혐오범죄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그 시기 유럽과 미국의 우파 포퓰리즘 세력이 부상했다. 이들은 폭력적인 발언이나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인종차별, 성별간 혐오 조장, 반 소수민족 시위 등으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1월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극우세력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부수고 점거했다.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편향된 폭력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SNS 알고리즘이 분노와 혐오, 증오를 부추겨 조회수를 높이는 성향이 있다”고 보았다. ‘분노바이러스’가 SNS로 퍼지며 실질적인 폭력으로 연계되는 현실이 어쩌면 〈28년 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명작’ 아니, 작품의 기대 조건 중 하나로 ‘밝고도 어두운 인류의 현실을 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환상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재용 평론가 캐리커처

덧붙이는 글

이재용 문학평론가는 2017년 평론 「황순원 문학에 내포된 타자의 세 고리: 문학=민족=계급」을 계간 『작가들』에 발표하면서 평론 활동을 시작했고 평론으로 「재현의 (불)가능성과 반복의 필요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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