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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시시각각] 인공지능 주권 확보가 생존 조건…'오디세우스의 슬기' 준비할 시간
  • 이재용
  • 등록 2025-08-27 13:22:34
  • 수정 2025-09-11 18: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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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재명 "AI 분야, 2~3년이 골든타임"…"뒤처지면 영원히 추격자로"
  • - 알파고 등장 후 바둑판엔 AI라는 '하나의 스승'만 남아
  • - 노동의 가치 포함된 다양성 있어야 '개성' 지킬 수 있어

22일 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첨단 과학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AI 분야는 향후 2~3년이 골든타임이다. 반 발짝 앞서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 있지만, 뒤처지면 영원히 추격자로 남게 된다."


이재명정부가 앞으로 5년을 가늠할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도 정책의 핵심 대상은 인공지능(AI)이다. 예상대로라면 0.9%대로 하락할 경제성장률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인공지능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상호 간 경계가 없는 '온라인제국'에서 데이터라는 자양분을 충원하는 인공지능의 자주적 권리를 확보하는 건 매우 중요하고, 이러한 전략대로 AI 주권 확보가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성장은 맡아둔 것이나 다름 없다. 


미국과 중국은 AI 개발을 먼저 시작했을 뿐 아니라 까마득히 앞서 나가고 있다. 게다가 개발 난이도도 높다. AI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자국에서 AI를 개발한다고 해서 대규모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낙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부문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이 정부의 포부를 섣불리 포폄할 지식이 내겐 부족하다. 그보다는 코앞에 닥친 AI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점을 드러내어 잘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는 그런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AI 중심으로 재편된 바둑계를 살펴본 이 책은 조급한 낙관이나 부당한 비관에 쏠리지 않는 균형을 보여준다. 


바둑계에 관심이 적었던 사람으로서는 놀랍게도 인간의 바둑은 살아남았다. AI가 제시하는 확률에 맞춰 수를 두는 기법이 늘었지만, 대회에서는 온라인 정보를 차단하고 인간끼리 승부로 겨룬다.


 2016년 3월 이세돌은 알파고(인공지능 바둑기사)에게 1: 4로 졌다.알파고가 등장하며 기사들에게는 AI라는 하나의 스승이 생겼다. '하나의 스승'이란 비유적 수사로, 여러 AI가 있고 그 특색이 어느 정도 있지만, AI가 제시하는 수 각각의 승률로 바둑의 정석이 재편됐음을 말한다. 


바둑판에서 각각의 바둑 고수가 가진 기풍이나 권위가 사라지고 있다. AI가 판단한 수를 실전에서 둘 수 있느냐 없느냐가 살아남는 기준이 됐다. 바둑이 예술이냐 스포츠냐를 따지는 오래된 의문도 사라졌다. 이길 수 있는 수가 있는데 멋이 무슨 상관인가? 개성과 창의성은 '뜻을 헤아릴 수 없는 확률' 속에서 실종됐다.


중요한 것은 생존의 조건이다. 2011년 에릭 브리뇰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미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을 세 종류로 나누었다. 


먼저 고숙련 노동자다. AI가 보편화된다면 이를 다른 사람보다 잘 활용하거나 AI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슈퍼스타다. 실력과 팬덤을 갖춘 업계 최고의 스타는 일상까지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기술에 투자하는 자본가다. 우리는 빌 게이츠와 일론 머스크를 보고 있다.


문제는 각 업계나 부문의 후진들에게 발생한다. 이 예상대로라면 소수의 사람만 성공하고, 대다수에게 생존 조건은 더욱 가혹해질 것이다. 후진들이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높은 문턱이 클리프행어가 돼 삶의 의미를 1차원적으로 우그러뜨리기 때문이다. 


《먼저 온 미래》를 보면, 바둑계에서는 개인 과외나 대국 수업료 같은, 중진들이 누리던 부수입이 차단됐다. 현재는 AI에 눈뜬 신진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그들 중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는 소수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개성의 상실이 경험과 노동의 가치에 포함된 다양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선발주자가 갖는 우월함이나 홀로 하는 창업이 쉬워진 미래를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AI가 가져올 미래의 부에만 눈이 멀어 각 부문의 신진·중진 세력을 포함한 대다수가 맞이할 사회·경제적 파고의 그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이렌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오디세우스는 자신과 오르페우스, 노 젓는 용사들에게 각기 다른 대응책을 세우고 보호할 책략을 세웠다. 새로운 시대를 예비하는 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칼 뉴포트 《딥 워크》(민음사/2017), 박태웅 《박태웅의 AI 강의 2025》(한빛비즈/2024), 장강명 《먼저 온 미래》(동아시아/2025), 〈'AI 대항해 시대'를 살아내는 법〉《시사인》(937호/2025.8.21.), 〈새 정부 경제 청사진 발표…AI·초혁신경제로 '잠재성장률 3%' 달성〉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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