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고다공원에 갔지 비오는 일요일 오후 늙은 섹스폰 연주자가 온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대고 있었어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 그 푸른 물속에 섞이고 있었지 두 손을 꼭 쥐고 나는 푸른 물이 쏟아져 나오는 섹스폰의 주둥이 그 깊은 샘을 바라보았지 백두산 천지처럼 움푹 패인 섹스폰 속에서 하늘 한자락 잘게 부수며 맑은 물이 흘러나오고 아아 두만강 푸른 물에 님 싣고 떠난 그 배는 아직도 오지 않아 아직도 먼 두만강 축축한 섹스폰 소리에 나는 취해 늙은 연주자를 보고 있었네 은행나무 잎새들 노오랗게 하늘을 물들이고 가을비는 천천히 늙은 몸을 적시고 있었지 비는 그의 눈을 적시며 눈물처럼 아롱졌어 섹스폰 소리 하염없을 듯 출렁이며 그 늙은 사내 오래도록 섹스폰을 불었네
-이대흠 시인의 시 '두만강 푸른 물' 전문
이 시는 이대흠 시인의 시집 《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에 실려있다.
파고다 공원은 3.1운동 등 우리 민족 근현대사의 상징적 장소이다. 그곳에서 어떤 늙은 사내가 온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 을 연주하고 있다. '두만강' 은 일제시대 수많은 민중들과 애국지사들이 살길을 찾아 만주로 떠날 때 건너간 한恨이 담긴 강이다. 그곳에서 연주되는 "두만강 푸른 물" 은 역사의 강이고 민중의 눈물이 흐르는 물이라 할 수 있겠다.
내 님을 싣고 떠난 그 배는 오지 않더라도 비오는 일요일에 연주자는 그들을 대신해 오래도록 온몸으로 불고 있다. 화자도,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 도, 은행나무 잎새들도 그 푸른 물속에 섞여 함께 물들고 있다. 시를 읽다보면 섹스폰이 늙은 연주자의 몸이고, 화자 자신의 정서를 대변한다. 음악인지, 비인지, 눈물인지 모두가 섞여서 젖고 있다.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지 않아도 같은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서로 큰힘이 될 때가 있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