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향숙 시인
늘 노래하면서도 노래가 되지 않는 새들과
죽음 이야기 하면서 죽지 않는 할머니
실제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장이 문을 열었다
말 못하는 새를 찾으러 나섰다
악한 사람들도 모르면서
새는
놀란 입술을 가지고 어디로 갔을까
누가 새를 찌를 때
새는 여전히 노래할 수 있을까
이 나무에서
저 나무에서
벌써 찔린 새들이 다른 목소리로 울고 있다
발견되려는 기쁨을 가지고
나뭇잎 밑에 서있는 사람들
얼굴도 모르면서 우는 새를 쳐다보고 있다
노래하는 줄 알았다
서로 보면서도 산산이 흩어져 있다
길까지 들린다
숨 쉬는 가슴에서 나오는 아픈 새의 노래
내장까지 긁히는 강물 소리까지
나무들이 불안하게 서있다
듣지 않는다
눈을 뜨지 않는 것과 같다
새소리가 귀를 유혹했다
강물 소리가 귀를 유혹했다
서로 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한다
세계는 해체될 수 있다
귀 하나로 모든 문이 열리다 닫히고
문틈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문자 시인의 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전문
이 시는 계간 《시와 사상》 2024년 겨울호에 실려있다.
시처럼 우리는 소통이 부서진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늘 누군가와 톡으로든 인스타그램 등등으로 무수한 말을 하고 있지만 서로에게 가닿는지는 의문이다. 인터넷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듯해도 마음은 더 멀어지는 것 같다. 알고리즘 등의 영향으로 점점 더 한쪽으로만 치우치고 불통은 심화되고 있다. 유혹하는 소리를 함께 "보면서도 산산이 흩어져 있"는 존재들이 되어간다.
자크 데리다의 차연(Différance)처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문틈(휴대폰 등등)으로 서로 다른 세계를 살며 말은 서로에게 도달하지 못한 채 미끄러지고 비껴가고 어긋난다. "새"는 할머니-나무-사람으로 변주하며 늘 "발견되는 기쁨을" 욕망하고 노래하지만 노래가 되지는 않는다. 마지막 연의 경고처럼 이런 "세계는 해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각자의 휴대폰을 닫고 옆 사람 말에, 사물들 말에 귀기울이는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될 지도.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