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눈이 내려주었다
차는 차대로 엉거주춤
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
건물들도 모서리를 잃어간다
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
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
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
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
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
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있다
점심은 뭘 먹을까 하는 생각과 창밖의 눈이 포근하다는 생각이 있다
무엇보다 눈 내린 날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 웃어 놓고선 아련해지는 표정이 있다
아주 오래된 얘기다
가지를 움켜잡은 감이
큰눈 아래에서 더욱 붉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