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제일 아끼는 머그컵을 깼어
식탁 모서리에 톡, 부딪혔을 뿐인데
쨍그랑, 소리가 아침을 부쉈어
안 돼! 엄마의 외침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져
조각들 옆에 나란히 엎드렸어
놀란 내 머리카락이 솟아오르고
어깨에 앉아 있던 먼지 세 톨은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저쪽 벽까지 날아갔어
물바다가 된 바닥에
멍하니 맨발로 서 있는 나
그때 엄마가 다가와
발밑에 수건을 깔아주었어
상어 이빨이 번뜩이는
무서운 바다 한가운데
내가 디딜 수 있는
작은 섬 하나를 만들어주었어
-류한월 시인의 시 '엄마의 머그컵' 전문
이 시는 202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이다.
아이 뿐일까. 어른이 된 나도 자주 와인잔을, 접시를, 유리컵을 떨어뜨려 파편들이 부엌 바닥에 흩어지게 한 적 많다. 그것들이 손을 떠나는 것은 찰나였고, 그때마다 심장도 함께 내려앉았다. 옆에 있던 남편이 "움직이지 마" 하고 수습을 도와주곤 했는데 그 순간 무너졌던 세계에서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
시에서도 아이는 "깨진 컵의 조각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저쪽 벽으로 날아"간 "먼지 세 톨"처럼 자신의 존재를 쓸모없다고 여긴다.
그런데 엄마는 "아끼는 머그컵"보다 "나"를 염려해 발 밑에 수건을 깔아준다. 그것은 무서운 물바다에 "작은 섬 하나"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라고 한다. 실패하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딛고 일어나도록 힘이 되어준다. 이런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선배의 배려고, 사회에서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평범한 소재지만 아이들 시선으로 섬세하게 쓴 시다. 엉뚱한 표현들이 재밌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