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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변호사의 알법알법] 딱, 한 잔 때문에 불어닥친 대가
  • 이동훈 변호사
  • 등록 2025-03-07 00:00:02
  • 수정 2025-05-16 09: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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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금이 바로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순간


늦은 저녁, 지인과 즐겁게 한 잔을 하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당신의 법적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다면, 그 결과는 단순한 과태료가 아닌 운전면허라는 '삶의 필수품'을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빼앗기는 것일 수 있다.


음주운전이라면, 누구나 그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그러나 법은 이러한 판단에 단호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


음주운전의 법적 판단은 냉정한 숫자에 기반한다. 혈중알코올농도 0.03%에서 0.08% 사이라면 운전면허 정지 100일이라는 행정처분이, 0.08%를 초과한다면 면허 취소라는 더 무거운 처분이 기다리고 있다. 면허 취소는 단순한 정지와 달리, 결격 기간이 지난 후 다시 운전면허를 처음부터 취득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기본적으로 1년의 결격 기간이 주어지지만, 전력에 따라 그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0.1%를 초과한다면 행정처분 감경의 가능성마저 사라진다.


행정처분에 대응할 방법에 대하여 법에서는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이라는 두 가지 구제 수단을 제공한다. 이의신청은 행정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해야 하며, 이 기간을 놓치면 권리를 상실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더 나아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로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행정심판은 행정처분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더 심층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로, 이의신청보다 한 단계 높은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행정소송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과정으로, 가장 강력한 구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음주운전자가 감경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은 몇 가지 특별한 사유에 한해서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생계형 운전자의 경우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수단으로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감경의 가능성이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의 생활비 내역, 부양가족 수, 운전이 주수입원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다. 둘째, 모범운전자로 인정받은 경우이다. 최소 3년 이상 지역사회를 위한 교통봉사활동을 통해 공로를 인정받았다면, 이 또한 감경 사유가 될 수 있다. 봉사 기관의 공문서나 추천서, 상장 등이 이를 증명하는 증거가 된다. 셋째, 범인 검거 공로가 있는 경우이다. 과거 교통사고 상황에서 도주하지 않고 오히려 범인을 검거하여 경찰서장 이상의 표창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이 역시 감경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반면, 어떤 상황에서는 감경의 문이 완전히 닫혀 있다.


혈중알코올농도 0.1%를 초과하는 심각한 음주상태에서 운전한 경우, 음주운전 중 인적 피해를 유발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음주측정을 거부하거나 단속 경찰관을 피해 도주한 경우는 감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과거 5년 내 3회 이상의 인적 피해 교통사고 전력이 있거나, 5년 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반복적인 위반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기간에 운전대를 잡는 것은 '무면허 운전'이라는 또 다른 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추가 처벌을 받게 되며, 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된다. 그러므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대체 수단을 찾는 것이, 더 큰 법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음주운전 행정처분은 그 실효성과 적법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법적 분쟁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보다 애초에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한 잔의 술이 가져올 수 있는 법적, 사회적 대가를 생각한다면, '오늘은 대리운전'이라는 작은 결정이 당신의 삶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내 불편함과 손해보다 더 큰 일은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행위가 음주운전이다. 딱 한 잔 마신 지금 바로 운전대를 놓아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동훈 변호사는 충북대에서 법학전문석사과정을 마쳤다. 로엘법무법인을 거쳐 현재 능곡역지역주택조합 자문변호사, 인천작가회의 자문변호사, 뉴스아이즈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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