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KT 대표이사 내정자
박윤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16일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CEO 단수 후보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을 확정한 것이다.
2019년, 2023년 3월과 7월에 이어 무려 네 번째 도전 끝에 얻어냈다. 김영섭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내년 3월부터 3년간 거대 통신선의 키를 잡게 된다. 내년 3월 정기주총 결의만 남았다.
지금까지 KT CEO들은 문제가 많았다. 잦은 외풍과 낙하산 논란, 그리고 최근의 해킹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KT에는 다시 기본과 실력을 무기로 승부할 인물이 필요하다.
박윤영 전 KT 사장의 회귀는 그래서 절박하다. 왜 KT가 돌고 돌아 그를 선택했는지, 그가 마주한 현실은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얼마나 냉혹한지 분석했다.
B2B로 증명한 야전사령관, '디지코'의 설계자
4수생 박윤영 내정자가 낙점된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실적(Track Record)이다. KT가 통신기업(Telco)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17년 기업사업부문장을 맡은 이후 5G와 B2B(기업 간 거래)를 결합해 KT의 비즈니스 영토를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성과는 파격적이었다.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스마트조선소'를 구축해 제조 현장을 혁신했고, 삼성서울병원과는 '5G 스마트병원' 프로젝트를 주도해 의료와 통신의 융합을 이뤄냈다.
특히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박원'에 협동 로봇을 도입한 사례는 당시 초기 단계였던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선점한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5G 통신과 결합한 B2B 사업 모델은 기업의 모습을 바꾸고 나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기술이 가져올 산업의 변화를 확신했다."
박 내정자 시선에 국내는 좁았다. 기업부문장 시절,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수도)에 800만 가구의 전력 사용량을 관리하는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따내며 글로벌 사업 역량까지 입증했다.
성과를 바탕으로 2019년 CEO 경선 당시 서류와 면접 합산 점수에서 1위를 했지만, 최종 투표에서도 구현모 전 대표에게 단 1표 차로 밀리며 석패했다.
KT CEO 재임 기간별 실적 및 평가
'적이 없는 사람' 박윤영…상처 입은 조직 치유할 성골 리더십
현재 KT 내부는 극도의 피로감에 휩싸여 있다. 반복되는 CEO 리스크, 외부 출신 인사에 대한 반감, 그리고 최근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로 조직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이 시점에 주형철 전 SK컴즈 대표와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를 제치고 '박윤영 카드'가 선택된 이유는 그가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정통 KT맨'이기 때문이다.
1992년 한국통신(현 KT)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들어와 30년 넘게 한길을 걸어온 그는 성골 중의 성골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해 별도의 인수인계 없이 즉시 위기 수습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사회의 마음을 움직였다. 무엇보다 그는 사내에서 '적이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연구원 출신 특유의 합리성과 부드러운 소통 능력 덕분에 따르는 후배들이 많고, 블라인드 등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그의 경영 능력을 지지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평소 임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아니라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던 박 후보는 막연한 애사심보다 프로페셔널한 업무 태도를 중시한다.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5년 공백 박윤영, AI 전쟁터서 살아남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가장 뼈아픈 리스크는 2020년 12월 퇴사 후 '5년의 공백'이다. IT세계에서 5년은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아니라 세상이 뒤집히는 시간이다.
그가 현장을 떠나 있는 동안 세상은 '생성형 AI' 시대로 진입했고, KT 역시 '디지코'를 넘어 'AICT 컴퍼니'로 전략을 수정했다.
과거 그가 주도했던 초기 클라우드 사업이나 스마트팩토리 경험이 현재 MS와 협력하며 고도화된 AI 전략을 펼쳐야 하는 지금의 KT와 얼마나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2023년 대비 AI·클라우드 매출을 3배로 키워야 하는 막중한 과제 앞에서 그의 '과거 성공 방정식'이 '현재의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냉철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사회 상왕 논란 속 '식물 CEO'?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약화된 CEO 권한이다. 박 내정자는 역대 그 어떤 CEO보다 좁은 입지에서 출발한다.
11월 KT 이사회는 규정을 개정해 부문장급 경영임원의 임명·면직, 주요 조직의 설치·폐지 등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못 박았다. CEO의 핵심 권한인 인사권과 조직개편권을 이사회가 틀어쥐겠다는 의미다.
박윤영이 취임하더라도 자신의 색깔을 낸 과감한 혁신보다는 이사회의 눈치를 보는 관리형 CEO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B2B 사업 확장에 특화된 그가 복잡하게 얽힌 이사회와 관계 설정이나 지배구조 개혁 같은 고도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구조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식물 CEO'가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4수생의 마지막 도전, KT 구원투수? 과도기 관리자?
흥미로운 점은 그의 독특한 이력이다.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친 토목 전문가로 통신 회사 CEO로서는 이례적인 전공이다.
입사 후 컨버전스연구소장과 미래사업개발단장을 거치며 자신의 전공을 물리적 인프라와 디지털 네트워크의 융합으로 승화한 점을 인정받았다.
"4차산업혁명은 모든 것이 네트워크 기반으로 연결돼 있어 기존 혁신들을 재조합해 새로운 혁신으로 활용해야 한다."
챗GPT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KT의 본질이라는 의미다.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데 탁월한 그가 이제는 분열된 조직과 흔들리는 신뢰를 다시 연결해야 한다. KT의 탄탄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소비자 서비스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AI가 실질적인 가치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1962년생 박윤영 내정자는 '4수'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KT CEO 단수 후보가 됐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마지막 도전에 성공한 그가 KT의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과도기의 '관리자'로 남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