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주력 계열사 현대제철 수장 서강현을 버리고 이보룡 부사장을 사장에 올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주력 계열사 현대제철 수장 서강현을 버리고 이보룡 부사장을 올렸다. 포스코와 중국 철강사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현대제철의 '생존 본능'이 발동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보룡 사장이 마주한 국내 전선은 가혹하다. '영원한 맏형'이자 경쟁자인 포스코는 현대제철에 넘기 힘든 벽이다.
포스코는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개발과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먹거리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R&D 투자 규모에서 포스코에 밀리며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사는 현대차그룹이라는 거대 캡티브(전속) 시장을 두고 '자동차 강판'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가 초경량·초고강도 '기가스틸'을 앞세워 현대차 물량을 공략하는 동안, 현대제철은 그룹 계열사라는 이점을 넘어선 독자적인 품질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이보룡 현대제철 신임 사장
'넘을 수 없는 벽' 포스코와 버거운 싸움
해외 전선은 더 심각하다. 바오우강철을 필두로 한 중국 철강사들의 '인해전술'은 현대제철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소화가 불가능해진 중국 업체들은 잉여 물량을 헐값에 한국 등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실제 중국산 후판과 열연강판은 국산보다 톤당 10~20만 원 이상 저렴하게 유통(2024년 기준)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제철(Nippon Steel)마저 엔저를 등에 업고 고품질 제품의 가격을 낮추며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국의 가격과 일본의 품질 사이에서 꼼짝달싹 못 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이번 인사는 냉혹하다. 57세 서강현은 2년 만에 밀려났다. 현대차 재무본부장(CFO) 출신답게 '재무 건전성 강화'를 외쳤지만 그룹은 그를 지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습 속에 영업이익은 반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주가는 2만 원대 박스권에 갇혀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서 사장의 '안정 지향적 관리'로는 포스코의 독주를 막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역부족이라 판단한 듯하다. 정의선 회장은 기다려줄 여유가 없을 만큼 상황을 위중하게 본 것이다.
현대제철 홈페이지
'전략기획통' 이보룡, 철강판 흔들 수 있을까?
이런 위기 속에 등판한 이보룡 신임 사장은 그룹 내 검증된 전략통이자 물류 전문가다. 과거 현대모비스와 그룹 감사실을 거치며 공급망 최적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현대제철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원자재 수입부터 제품 운송까지 이어지는 고비용 물류 구조와 비효율적인 생산 체계다. 정의선 회장은 타성에 젖은 조직에 메스를 들이대고, 글로벌 경쟁사들과 맞붙을 가벼운 몸집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보룡 사장의 비전은 '수익성 있는 철강'으로 전환할 것이 예상된다. 취임 직후 고부가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중국산 저가 범용재(봉형강 등)가 시장을 장학한 곳의 비중을 과감히 축소하고 전기차 전용 강판, LNG 선박용 극저온 후판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하이엔드 제품 생산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단순한 매출 증대보다 이익률 방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적자가 지속되는 해외 법인이나 비핵심 사업 부문의 매각 및 통폐합도 필요하다면 불사해야 한다.
현대제철철
'현장' 없는 사장과 노조의 뇌관
내부 리스크도 뚜렷하다. 이 사장은 정통 '철강맨'이 아니다. 고로의 뜨거운 열기를 직접 체험하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는 점은 '현장 장악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철강 산업은 설비와 현장 인력의 숙련도가 품질을 좌우하는 장치 산업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매년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비판을 받아왔다. 현장 경험 없는 그가 원가 절감에만 몰두하다 안전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금속노조 내에서도 강성인 노조와의 관계 설정은 시한폭탄과 같다.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강해질수록 노조의 파업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 홈페이지
대외 환경도 시계제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장벽 강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대제철에 치명타다.
안으로는 노조를 달래고 밖으로는 통상 압박과 중국의 공습을 막아내야 한다. 현대제철 임직원들은 이 사장이 단순히 그룹의 지시를 이행하는 '점령군'이 아니라 철강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함께 땀 흘리는 리더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서강현 사장 경질은 '실적 없이는 자리도 없다'는 그룹의 경고장이다. 그만큼 이보룡 신임 사장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포스코의 기술력과 중국의 물량 공세 사이에서, 그가 어떤 전략적 식견으로 현대제철을 '샌드위치' 신세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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