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대표가 1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ESS 시장이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LG엔솔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를 극복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확실한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동명 대표의 과감한 결단이 1년 만에 뚜렷한 실적과 자신감으로 돌아오고 있다.
2025년 초 세계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급락하는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 이때 김 사장은 신규 투자를 줄이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재조정(리밸런싱) 전략을 꺼내 들었다.
당시 김 대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짓던 미시간주 3공장 자산 일체를 3조 원에 사들이며 생산 거점을 발 빠르게 다시 짰다. 합작법인 자산을 사들이는 형태라 실제 LG엔솔이 내는 비용은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 홀랜드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남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재빠르게 바꾸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유휴 설비를 ESS로 전환한 승부수는 곧바로 대규모 수주로 이어졌다.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의 대규모 ESS 프로젝트 파트너로 선정됐고, 글로벌 에너지 업체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5년간 주택용 ESS 4GWh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틈을 타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바꾼 덕분에 빙하기를 버틸 튼튼한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김 대표는 1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글로벌 ESS 시장이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대표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배터리 생산 역량을 60GWh 이상으로 늘리고, 신규 수주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90GWh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비중국 업체 중 유일하게 현지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역량을 갖춰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LG엔솔은 전기차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대폭 수정한다. 현재 20% 수준인 ESS와 신사업 비중을 향후 40%대 중반까지 끌어올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한다.
차세대 전기차 모델이 본격 양산돼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9년 전까지는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려 이른바 '밸류 시프트(Value Shift)'를 주도할 계획이다.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꼭 필요한 곳에만 자원을 투입해 잉여현금흐름을 쌓고 진정한 승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김 대표는 전략이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