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18일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891억2615만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현대글로비스 홈페이지)현대자동차그룹이 품은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무서운 속도로 치솟는다. 회사를 인수했던 5년 전과 비교해 몸값이 24배 이상 뛰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화려한 평가 이면에는 1조 원이 넘는 누적 적자와 상장 지연 시 불거질 우발부채의 그늘이 공존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막대한 재무적 부담을 떠안으면서도 로봇 기술을 물류 현장에 이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그룹 생태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휴머노이드 앞세워 몸값 30조 원 돌파
현대글로비스가 18일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891억2615만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이로써 현대글로비스가 쥐고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율은 기존 10.95%에서 11.25%로 올랐다. 이 출자 금액과 지분 상승분을 단순 계산하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전체 기업가치는 약 30조 원에 이른다.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뛴 배경에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월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기술 전시회(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인공지능 로보틱스 비전을 제시했다.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신공장(HMGMA) 현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에는 자동차 부품 조립까지 작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인공지능을 물리적 로봇에 이식하는 피지컬 AI 흐름을 선점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평가가 급상승했다.
시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르면 내년 초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상반기 안에 예비 심사 청구와 주관사 선정을 끝내고 하반기에 공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시장 예측대로 100조 원 안팎의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에 성공하면 22.6% 지분을 가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다. 이 자금은 향후 정 회장의 지분 승계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풀어낼 핵심 실탄이 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현대 홈페이지]
눈덩이 적자와 풋옵션 연대 책임의 그늘
화려한 기업가치 이면에는 뼈아픈 재무적 적자가 도사린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난해 매출은 15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지만, 당기순손실 역시 528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20% 커졌다. 현대차그룹이 회사를 인수한 2021년 이후 5년 동안 쌓인 누적 손실만 1조7558억 원이나 된다.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를 산업 현장에 공급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쏟아붓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막대한 적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재무적 부담으로 번질 위험을 안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풋옵션(매도청구권)에 대해 다른 매수인들과 연대 책임을 진다. 이 풋옵션은 인수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6월경부터 행사할 수 있다.
상장이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다른 매수인들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현대글로비스는 최대 2억8287만 달러(약 4000억 원)의 추가 부담액을 떠안는 우발부채 위험에 노출된다.
결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돌파구는 상장을 통한 외부 자금 수혈이다. 로버트 플레이터 최고경영자(CEO)가 은퇴하고 전략, 기술 부문 핵심 임원진이 잇따라 물러난 것 역시 상장을 이끌 구원투수를 찾기 위한 쇄신 작업으로 풀이된다.
IPO 생존 과제와 스마트 물류 시너지
재무적 위험 요인이 존재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은 현대글로비스의 본업인 물류 사업과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29조5664억 원, 영업이익 2조730억 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혁신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스마트 물류 전환에 속도를 높인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비스는 로봇개 스팟을 활용한 무인 순찰 시스템(PoC)을 스마트물류센터(G-Lab)와 평택 출고센터에 도입해 실증을 마쳤다. 첨단 로봇 기술을 활용해 물류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했다.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생태계 안에서 현대글로비스는 각 계열사의 역량을 이어주는 핵심 핏줄 역할을 맡는다. 로봇을 단순한 지분 투자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사의 글로벌 공급망 흐름을 최적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현대자동차와 3조3655억 원, 기아와 3조3340억 원 규모의 대형 장기 해상운송 계약(2025~2029년)을 했다. 로봇을 현장에 투입해 부품 조달부터 완성차 해상 운송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반의 비용을 낮추고 물류 경쟁력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자동화 기술로 극복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현재 물류와 해운 시장은 글로벌 경제 둔화, 이란과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의 분쟁,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복잡한 지정학적 위험에 직면했다. 환율과 금리 변동성 역시 회사의 수익을 위협하는 뇌관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러한 시장 위험을 선박 적재 자동화 인공지능, 중고차 가격 예측 인공지능 등 고도화한 딥러닝 기술로 뚫고 나간다.
정보통신기술과 자동화 설비를 현장에 적용해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변수를 통제한다. 더불어 전기차 사용 후 폐배터리 재활용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에너지 해상 운송 신사업을 빠르게 키워, 거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수익 구조를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