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 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임희구 시인의 시 '소주 한 병이 공짜' 전문
임희구 시인의 시집 《소주 한 병이 공짜》에 실린 시다.
우리나라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도 있지만 특히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주 한 병이 공짜"라는 카피는 눈이 번쩍 뜨이고, 당연해지는 이유가 생기고, 호락호락하게 무너질 준비를 하게 한다. 감자탕이 아무리 비싸도 맛이 없어도 유쾌하게 소주 한 병 들이킬 결심을 서게 만든다.
'삶'은 매순간 선택을 요구하는 '유혹의 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유혹은 삶의 적이 아니라 스스로를 확인하는 거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불혹(不惑)은 흔들리지 않는 나이를 말하지만 이 시에서는 오히려 흔들림의 무게가 느껴진다. 청년기를 지난 불혹의 남성에게 "술"은 아마도 현실의 탈출구이고 세계와 공존하는 완충지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그렇게 흔들리면서 "호락호락하게" 무너지고, 완벽하진 않아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 싶다. 주변에 화자와 닮은 사람이 있어 더 와닿는 시이기도 하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