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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선의 희망공간] 종이컵 전쟁 2.
  • 송형선 활동가
  • 등록 2025-06-23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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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공공기관 1회용품 사용 모니터링 활동을 다녀와서



시민모니터링단 '꼬북단'은 인천 시내의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1회 용품 사용실태를 조사하여 발표한다. 작년에 이어 2년째 진행되고 있다. 나는 올해 처음 꼬북단에 참여하여 우리 단체가 있는 남동구에 있는 공공기관 세 곳에 대해 모니터링을 했다.


꼬북단의 1회 용품 모니터링은 점심시간인 12시 30분부터 1시까지 30분 동안 기관 건물에 들어오는 모든 인원에 대해 몇 명이 일회용 컵을 들고 오는지를 체크하고, 기관 내부에 1회용품을 사용 및 반입하지 않는다는 표지가 잘 되어 있는지, 분리배출통은 4종(유리, 페트병, 캔, 종이)으로 배출하게 되어 있는지와 공공기관 구내 카페에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지, 개인 컵을 사용할 때 마일리지나 할인 등의 혜택이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1. 기관 A 

*기관 A는 인천 광역 단위 기관이다. (아직 꼬북단 활동 보고서 발표전이어서 이 글에서는 알파벳으로 표기한다)청사 입구에 세로로 세워둔 배너에는 1회 용품 반입금지 안내가 표기되어 있다. 출입구 현관에는 다회용 컵을 비치하여 내부로 진입할 때 다회용 컵으로 바꿔가도록 했다. 12시 반부터 1시까지 총 진입 인원은 166명이었고, 이중 일회용 컵을 들고 들어온 인원은 1명이었다. 그러나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담당 주무관이 청사 입구 계단에 서서 모니터링? 한 결과 식사 후 일회용 컵에 커피나 음료를 들고 들어오던 직원들이 정문 출입구를 돌아 다른 출입구 쪽으로 우회하는 경우가 목격되었다. 약 30명 정도로 파악되었다. 대부분 직원에게 모니터링에 대해 사전에 공지가 되었는지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아예 우회하는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회피했다. 기관 내 구내 카페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개인 컵을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마일리지나 할인 등의 혜택은 없었다. 원래는 있었는데 코로나19 때 폐지하고 새롭게 시행하고 있지 않았다. 기관 내 쓰레기통은 페트병, 유리, 캔, 비닐, 그리고 종이상자 등으로 분리 배출하게 되어있고 쓰레기 자체가 없을 정도로 깨끗한 상태였다. 평상시에도 이렇게 관리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2. 기관 B

기관 B는 모교육지원청이다. 직원 수도 적었고 전전날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선거 특별 근무로 인한 휴가자가 많아서 다소 한산한 느낌이었다. 총 38명이 입실했는데 일회용 컵을 들고 오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여기 또한 사전에 직원들에게 공지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기관에는 별도로 운영되는 카페는 없었고 직원 휴게실에는 부서별 개인 컵이 비치되어 있었다. 분리배출 현황도 4종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3. 기관 C

기관 C는 기초 자치 단체다. 이곳은 기관 내부로 들어오는 출입구가 여러 곳이라 그중 가장 많은 인원이 출입하는 곳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총 147명이 입장했고 그중 13명의 직원과 민원인이 일회용 컵에 음료를 들고 입장했다. 기관 1층에는 1회 용품 반입금지 안내가 있었으나 가장 출입이 적은 정문 입구에 1개가 놓여있었다. 전면적인 홍보라고 보긴 어려웠다. 1층에 분리배출 쓰레기통은 2종의 쓰레기통만 있었는데 전혀 분리배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2층 이상에는 엘리베이터 통로에 4종의 분리배출함이 있었는데 깨끗이 비워진 상태였다. 1층에 있는 구내 카페에서는 다회용 컵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500원을 할인해 주고 있다고 했다. 광역단체 내의 카페와 비교되는 지점이었다. 지하 1층에서 올라오는 직원들이 대부분 종이컵을 들고 올라와서 확인해 보니 식후 음료로 매실차를 제공하는데, 여기에 종이컵이 쓰게 되어 있었다. 차라리 이곳에 다회용 컵을 놓은 게 어떨까 싶었다. 이 기관도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한다고는 했으나 입구가 여러 곳인데도 단 1곳만 아주 작은 양만 비치하여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었다. 저렇게 대량으로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누구도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회용 컵이 있는데도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들고 오는 직원이 많은 이유는 기관 바로 뒤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판매하는 대형사이즈 음료가 기관에서 운영하는 다회용 컵에는 다 담기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는 일회용 컵도 일정량 이상 판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일회용 컵도 매출로 잡히고, 일정량 이상 판매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고, 음료의 양이 많아서 다회용 컵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판단되었다.


기관 내 구내 카페,



세 기관을 모니터링하면서 텀블러나 다회용 컵을 들고 다니는 직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1회 용품을 줄이는 것은 잠시 모니터링을 피하고자 1회 용품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생활 습관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직원이 생각보다 적었다. 사전에 모니터링 일시를 통지하지 않고 불시에 모니터링한다면 결과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회 용품을 줄이는 일은 개인들의 습관과 의지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부 타 지자체의 사례처럼 모든 커피점에 공동으로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하고, 소비자는 어디서 다회용 컵을 받았든 인근 커피점에 반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제도와 자발적 실천이 함께 작동해야 성공할 방법이다. 일부 커피점에서는 자사 브랜드 홍보 등을 이유로 그런 방법에 반대한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한다든가 하는 등의 소비자 운동이 병행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태도를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1회 용품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분리배출과 1회 용품사용에 관한 업무를 청소행정과에서 담당하고 있었고 광역단체에서는 자원순환과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쓰레기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청소는 깨끗이 치우는 것이 목적이고 자원순환과는 쓰레기를 자원으로 보고 순환시키는 게 목적이다. 기관의 직제에서도 쓰레기를 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것은 직원들의 의식구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나 기초자치단체는 그 자치단체의 주민들이 표준으로 삼고 있는 기관이다. 쓰레기를 단순히 청소의 대상으로 보는 단체의 행정이 전체 기초자치 지역의 표준이 될 것이다. 광역시 내 다른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각 업소를 대상으로 1회 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직제의 차이가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된다.


종이컵(1회 용품) 사용이 한때 환경을 위해 자제되어야 할 것으로 인식되었다가 어느샌가 아무 문제의식 없는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종이컵 문제는 단순히 종이컵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여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변화가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모니터링은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현상을 살펴보게 할 뿐만 아니라 대안도 함께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민모니터링단 '꼬북단'을 포함하여 여러 단체가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주 짧은 기간이고 일부 기관들에 대해서만 진행하고 있다. 전체를 다 보는 것은 아니지만 실태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시민들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수단이 없고, 행정기관은 수단은 있지만 제도나 정책이 없다. 제도나 정책은 지방의회나 국회에서, 그리고 자치단체장이 만든다. 소통이 막힌 행정이 문제일 수 있다. 문제의식이 있다면 상향식으로라도 효과적인 정책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모니터링 결과는 의회에도 제출될 것이다. 의회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살펴봐야 한다. 작은 실천들이 쌓여 큰 변화를 이루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실천들은 조직화해야 하고 운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행정이나 기관은 절대로 능동적인 조직이 아니다. 단순히 스위치를 눌러서 해결되지 않는다. 작동하도록 다양한 동기들과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시민운동이 동기와 동력이다. 적어도 종이컵 전쟁은 이런 방식으로 치러내야 할 전쟁이다. 캠페인과 여론 환기, 정책 제안, 변화 압력 등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한 무기이다. 처음에는 뭐든 꼼짝달싹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어디에는 티핑포인트는 있기 마련이다. 좋은 일에든 나쁜 일이든. 우리가 우리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우리의 삶터가 우리가 살 수 없는 곳으로 퇴화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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