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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선의 희망공간] 마을의 선거 풍경, 지금이 최선인가?
  • 송형선 활동가
  • 등록 2025-06-02 05: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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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주주의의 꽃이 되어야 할 선거



지난 총선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분석해 본 자료를 보면 유권자들은 정당과 인물, 정책 순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지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정보는 인터넷 SNS와 티브이 라디오 신문 언론 순으로 획득했다고 한다. 시끄러운 거리유세와 피케팅이 얼마나 득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거리에 시끄럽게 나오지 않고, 피케팅도 없으면 다른 경쟁자들에 묻혀 존재감이 없으므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이나 SNS는 편향성이 심하다.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사람들의 논리가 더 강화되고 반대편이나 관심 두지 않은 쪽의 논리는 보이지 않는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곳이 또 SNS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선택이 아닌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선거 운동 방식은 엄청난 자원 소비와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 고성능 스피커와 영상 장치를 장착한 차량들이 정당별로, 지역구별로 누비고 다닌다. 정당마다 옷을 맞춰있고 피케팅 할 유급 선거운동원을 활용한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선거운동비용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른바 선거공영제의 일환이다. 선거비는 사전에 비용을 지출하고 사후에 득표율에 따라 선거비를 보전받는 방식이다. 10%를 획득하면 지출된 선거비의 절반을, 15%를 획득하면 전액 보전 받는다. 무한정 쓸 수는 없지만 15% 이상 득표가 보장된 유력 정당의 경우 막대한 선거비를 쓰고도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이번 21대 대선에서 법정 선거 비용 최대한도는 520억이다. 막대한 세금이 선거비용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그런데 득표율 10%를 넘지 못하는 군소정당의 경우는 어떨까? 가뜩이나 세가 약한데, 국가 지원도 받지 못하니 선거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기탁금 3억 원을 내야하고 공보물을 제작하는 데도 수억 원이 든다. 한 마디로 선거도 부익부 빈익빈의 논리가 적용된다. 군소 정당은 당원들의 쌈짓돈을 털어가며 선거를 치른다. 그것도 모자라 선거가 끝날 때마다 후보와 정당에는 빚이 쌓여간다. 지난 10년간 15% 이상 득표가 확실한 2개의 정당에 지급된 선거비는 1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그 외에도 주요 정당에는 선거 보조금을 선거전에 200억 정도 지원해 준다. 한마디로 선거비용은 전액 세금으로 치르면서도 별도로 수백억의 지원금을 받는 구조로 되어있다. 선거를 치를수록 거대정당은 돈을 벌고, 군소정당을 빚을 지는 이상한 구조이다. 지난 10년간 양당이 지원받은 선거비 보전 금액은 상상 이상이다. 선거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내기보다는 선거로 양당 중심 정치구조를 강화하는 느낌이다. 시끄러운 선거운동에 투여되는 그 비용은 사실 우리 국민의 세금임을 알아야 한다.


과거에는 선거 때마다 학교 운동장에서 연합 유세를 벌였다.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청중들 앞에 나와 순서대로 자신의 정견과 공약을 발표했다. 청중들은(물론 지지자들도 있었겠지만) 후보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비교하면서 선택할 수 있었다. 주요 정당 후보뿐만 아니라 군소정당, 무소속 후보라도 동일하게 기회를 얻고 자신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요즘 시대에 그렇게만은 청중을 모이도록 해서 유세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유권자들에게 동일하게 후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려는 방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배포용 선거 공보물도 문제다. 후보별로 비용을 부담하여 제작하니 어느 정당은 총천연색 칼라 자료집이 나오고 어느 정당은 B4 크기 1장으로 법정 선거공보 사항과 약력 사항이 전부다. 국민의 알권리가 선거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침해되고 있다. 공보물만이라도 모든 후보자의 정보를 한 권의 자료집으로 엮어내서 선관위에서 발행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후보에 대해 후보들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국민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정한 선거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선거기간이 되면 정책설명회, 토론회 등을 제한한다. 큰 정당 간에 토론회 등의 집회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정책에 대해 더 잘 알고 또 각 정당의 정책에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정책 설명회, 토론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좋은 선거는 말은 풀고 돈은 묶는 선거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반대다. 유세차를 돌릴 돈도 부족하고 유급 선거운동원을 채용할 여력도 안 되는 후보들은 정책설명회라도 열어서 자신과 자신의 정책을 알릴 기회를 줘야 하는데 선거법은 모두 다 금지하고 있다. 오히려 거대 정당에 유리한 선거판을 만들고 있다. 선거의 결과와 상관없이 유권자들은 선거라는 공간에서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공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당선과 낙선만 결정하는 선거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선거를 통해서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는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한다. 비록 선거에 낙선한 후보라도 그 후보가 제기하는 문제나 정책이 타당하다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당선된 후보도 자신의 공약을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얼마나 많이 개입하고 공론하였는지가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누구처럼 공약은 공약이고, 실제 통치는 다르다고 겁박할 수 있는 것도 기실 선거 과정에서 우리가 공약과 정책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현행 선거법은 87년 개헌 이후 꾸준히 변화를 불러온 선거법이다. 한편에서는 거대 양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한편에서는 더 많은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선거 공영제를 통해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방편들을 추가했다. 그러나 그러한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한편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로 인해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제약하고 있고, 거대 양당에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고, 반면 군소정당에는 상대적 불이익을 주고 있다. 정치구조를 바꾸기 위해 고쳐야 할 많은 것에서 선거제도도 포함되어야만 한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재 마을에서 바라본 선거 풍경은 시민을 정치의 주체가 아닌 정치의 소비자로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선거가 정기 바겐세일처럼 느껴진다. 선거라는 공간이 단지 어느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성공과 실패의 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선거가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설계하는 상상이 넘치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넘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이 되는 날을 간절히 꿈꾸어 본다.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 선거 때가 되면 유권자가 주인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정작 선거 공간에서 우리는 단지 표를 던지는 정치 소비자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선거가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고 결정하는 민주주의의 꽃이 되길 염원한다.


덧붙이는 글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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