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나희덕 시인의 시 '빗방울, 빗방울' 전문
나희덕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어두워진다는 것》 에 실려있는 시다.
우리는 종종 관습이나 규범, 또는 다수와 다른 시각으로 행동하거나 이야기하면 비난의 대상이되곤 한다. 하지만 그 다른 생각과 행동들이 불안정해도 세계를 변화시키고 좀더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하기도 한다.
이 시는 비오는 날, 달리는 버스(지구)를 타고 가면서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방울" 을 보며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경쾌하게 그려준다. 어긋남이 멈춘 수직과 수평은 굵어지고 무거워지며 고인다. 그것에 도전하는 뛰어내리는 것들은 아름다운 사선을 만들지만 "비애" 로 물든 궤적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고 말한 갈릴레이도,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 고 외친 스피노자도, 당시 천동설을 주장한 종교지도자와 권력층의 온갖 비난과 증오를 한몸에 받은 시대의 반항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다양한 이론들은 훗날 프로이트, 라깡, 아인슈타인 등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 '스피노자의 뇌' 참고)
우리도 나와 "다름" 을 틀렸다고 생각 말고 서로 포용할 수 있다면 좀더 경쾌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선 위에 깃드는 순간의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으로 세상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