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대로라면
등 떠밀며 서둘러 손 재촉했을 어머니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종종걸음으로 큰길까지 나와
궁색한 목소리로 발길을 잡아끈다
- 자고 가믄 안 되냐?
죄지은 사람마냥
서 있는
젖은 눈망울
못 본 척
돌아서 왔다
풀죽은 보따리를 업고
그리운 도시를 향해 돌아오는 내내
궁색한 그 한마디가
마음을 찔렀다
-김월수 시인의 시 '서둘러 후회를 하다' 전문
김월수 시인의 시집《서둘러 후회를 하다》에 실려있는 시다.
이 시를 만나는 순간 "자고 가믄 안 되냐?"라는 "궁색한 그 한마디"가 돌아가신 필자의 어머니 말씀과 모습이 오버랩되어 눈을 찌르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
평소와 다른 어머니의 종종걸음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에 쫓기어, 마음에 여유가 없어 외면하고 돌아설 때가 있었다. 놓쳐버린 그때가 "풀죽은 보따리"처럼 평생 미안함과 후회로 남는다.
알베르 까뮈가 《시지프 신화》에서 말한 "부조리는 우리가 깨닫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와 많이 닮아 있다. 한 순간을 포착한 시가 부모 자식 간의, 더 나아가 타인과의 삶 전체를 돌아보게 한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