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지 않겠다고 버팅기며 목놓아 울어대는 통에
십 리 오솔길 급기야 어미가 동행했다
장날 마실 가듯
어미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풀 냄새 맡다가
나비 좇다가
어느 순간 흠칫 놀라 겅중겅중 뛰어와
마른 젖통 툭툭 치받던 길
아가, 주인 인상 좋아 뵈더라
외양간 북데기도 푸짐하더구나
말 잘 듣고… 잘 살거라
낯선 외양간에 울음 떼어 놓고
돌아선 울음
달빛 앞세워 새끼 발자국
되밟아 오는 길
큰 눈에 별 방울 뚝뚝
-박청환 시인의 시 '배웅' 전문
이 시는 2021년 제27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이다.
농촌 풍경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어미소와 송아지의 시선을 통해 혈육 간의 끈끈한 유대와 상실감,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키우던 송아지가 다른 집에 팔렸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겠다고 버팅기며 목놓아 울어대는 통에 어미소도 십 리 오솔길을 동행한다. 송아지는 어미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마음 편하게 놀면서 길을 간다.
낯선 외양간에 새끼를 떼어 놓고 그 발자국을 되밟아 오는 길, 어미소의 큰 눈에서 "별"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존재"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어쩔 수 없이 이별하고, 상처 입고, 그렇게 변화하는가 보다. 어미소와 송아지의 모습에서 우리의 부모님과 자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어미소와 송아지의 걸음이, 울음이 행간마다 툭툭 나타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어미소가 새끼를 직접 "이별의 자리"까지 인도하는 모습이 오래도록 여운 남는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