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책]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 《바움가트너》···철학적 성찰과 문학적 유머 결합한 마지막 인사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4-21 00:00:01

기사수정
  • - 폴 오스터의 삶과 기억을 꿰뚫는 철학적 고백
  • - "우리는 작은 것, 그러나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

폴 오스터 지음 /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17,800원우리는 왜 상실 뒤에도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당연한 슬픔이 있지만, 단지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실 속에서도 상상력의 힘으로 꿈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허구이지만 진실보다 더 강력한 그 무엇을.


열린책들에서 폴 오스터 1주기에 맞춰 그의 마지막 소설《바움가트너》를 펴냈다.〈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찬사 속에 데뷔해 반세기 넘도록 소설과 산문 모두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작가다.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를 통해 상실과 애도, 기억과 현재,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내밀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바움가트너의 내적 여정은 40년 간의 결혼생활과 아내의 죽음을 넘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죽음을 앞둔 감각 속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와 그 각각의 개인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한다.


이 책은 단순한 상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일의 복잡하고도 중요한 '연결'을 이야기한다. 삶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힘을 찾을 수 있다.


그가 투병 중 끝을 예감하며 쓴 장편으로 상실과 기억, 현재와 시간의 흐름에 대한 내밀한 사유를 풀어냈다. 그가 평생 다뤄온 글쓰기와 허구, 그리고 우연의 미학을 깊이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리는 작은 것, 그러나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이라며 그의 소설은 삶을 가득 채우는 부재와 지속되는 상실의 기록이다. 폴 오스터의 깊은 철학적 성찰과 문학적 유머가 결합된, 마지막 인사와도 같다.


폴 오스터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시인,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다. 1947년 미국 뉴저지주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모턴 도언 제이블상, 펜/포크너상, 메디치 해외 문학상,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등을 받았다. 소설《브루클린 풍자극》《신탁의 밤》《환상의 책》《동행》《공중 곡예사》《거대한 괴물》《우연의 음악》《달의 궁전》《폐허의 도시》에세이《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빵 굽는 타자기》시나리오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다리 위의 룰루》 등을 썼고 《자크 뒤팽》《스테판 말라르메》《장폴 사르트르》등의 작품을 번역했다. 2024년 4월 30일 향년 77세로 세상을 떠났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아이즈인터뷰] 허유미 시인, 물의 뿌리가 뿜어내는 숨비소리에서 핀 짜디짠 꽃밭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네, 반갑습니다. 이렇게 먼 곳에 사는 시인까지 그러니까 제주도까지 찾아주시고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 전에 요즘 생활의 관심사를 살짝 들어볼까요?  요즘은 '월동 준비를 어떻게 하나'로 고민을 넘어 고심하고 있습니다. 매년 염려하는 난방과 김장 그리고 저에게 겨울은 '창...
  2. [아이즈인터뷰] 이병국 시인, 시·공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입체적 감각의 문장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시와 평론 쓰는 이병국입니다. 반갑습니다.  한 해가 가기 전 꼭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요.  올해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연초부터 가을까지 박사 학위논문을 썼고 여름에는 아파트에 입주해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고 있네요.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하는 한 ...
  3. 2025년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주인공 22세 이고은 "시 없인 삶 설명 못 해" 올해 《포엠피플》신인문학상은 22세 이고은 씨가 차지했다. 16일 인천시인협회 주관하고 인천 경운동 산업단지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51편의 경쟁작을 뚫고 받은 것이다. 행사 1부는 《포엠피플》 8호 발간(겨울호)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22년 2월, 문단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치 아래 창간된 계..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새우탕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 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오랜만에 휜 허리를 편다 윤기가 흐른다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분 만에 펼쳐지는 즉석바다, 분말스프가 노을빛으로 퍼진다 그 날도 그랬지 끓는점에 도달하던 마지막 1°는 네가 ...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