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책] '여름빛'처럼 따듯한이야기 《첫 여름, 완주》···문학평론가 신형철·가수 아이유 추천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4-29 00:00:01

기사수정
  • - 슬픔과 웃음이 공존하는, 세심한 온정의 세계
  • - 김금희 신작 장편, '듣는 소설' 첫 프로젝트

김금희 지음 / 무제 / 17,000원어떻게 슬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을까?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날에도 작은 기적은 찾아올까?


 《첫 여름, 완주》는 삶의 무게를 조용히 끌어안으며, 우리가 잊고 지낸 다정한 세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무제에서 '듣는 소설' 첫 프로젝트로 김금희 작가의 장편 《첫 여름, 완주》를 펴냈다. 


무제는 박정민 배우가 이끄는 출판사로 '듣는 소설'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우선 발간하고 이어 종이책으로도 선보이는 특별한 기획이다. 대사와 지문이 살아 숨 쉬는 독특한 서술 덕분에 독자들은 듣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친한 선배 고수미가 투자 실패 후 빚을 남기고 사라지자, 성우 손열매는 수미의 고향 완주마을을 찾는다. 돈도 갈 곳도 목소리도 잃은 열매는 수미 어머니의 매점 겸 합동 장의사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외계인 같은 청년 '어저귀' 강동경, 춤을 사랑하는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브르종 개 샤넬과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 등 완주마을 사람들은 열매와 함께 잊을 수 없는 한여름을 완주해 나간다.


작가는 삶의 낙담과 상처를 다루되, 결코 인물들을 불행 속에 가두지 않는다. "그래, 그런 슬픈 이야기는 이제 하지 말자." 소설은 실패와 상처에도 각자의 몫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절망의 순간을,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버텨내는 인간의 힘을 조용히 응원한다.


특히 열매가 할아버지의 꿈을 꾸는 장면은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사랑? 이, 사랑은 잃는 게 아니여. 내가 내 맘속에 지어 놓은 걸 어떻게 잃어?" 잃어버린 듯한 시간과 감정조차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소설은 끈질기게 일러준다.


이 책은 상처받은 이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작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눈부시게 쏟아지는 여름 햇살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오디오북과 종이책을 함께 염두에 둔 글쓰기 덕분에, 이 소설은 읽는 이들에게 귀로 듣는 듯한 생동감을 전한다. 박정민, 고민시, 김도훈, 최양락, 염정아 등 배우들이 참여한 오디오북도 주목받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사계절을 다 경험한 것 같은, 그러니까 인생을 만난 듯한 소설"이라 평했고, 가수 아이유는 "'픽픽' 웃음이 나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 슬프지 않은 장면이 하나도 없다. 나뭇잎 한 장에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신해철 선배의 유쾌한 대사 한 줄에조차도 필연 같은 슬픔이 서려 있지만, 어저귀의 숲에 취하기라도 한 건지 희한하게도 자꾸 '흥흥' 웃음이 난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완주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슬픔 속에서도 사랑하고 웃고, 서로를 돕는다. 《첫 여름, 완주》는 우리 모두가 완주해야 할 자신의 여정을 향한 조용한 응원가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인천의 문화·도시 연구 위해 인문학자·문화예술인·도시행정가·언론인·시민 모였다···19일 '인문도시연구소' … 인천문화와 도시 연구자들이 <인문도시연구소>(Humanistic City Institute)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연구소는 구월동에 마련했다. 19일 개소식에는 인문학자와 문화예술인, 도시행정가, 언론인,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천과 도시에 관한 인문학적 연구 및 연구방법론 체계화, 인천과 도시에 대한 정보 및 연구 ...
  2. 가스공사, 10억 투자해 평택 가스화재훈련센터 내 실내 체험관 새단장 한국가스공사가 평택 가스화재훈련센터 내에 실내 체험관을 새롭게 단장해 국민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체험 교육을 시행한다.가스공사는 21일 김환용 안전기술부사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체험관 개관식을 진행한 것. 김 부사장 등은 재난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시설 안전성과 교육 효과성을 점검하는 시간도 ...
  3.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배웅 떨어지지 않겠다고 버팅기며 목놓아 울어대는 통에십 리 오솔길 급기야 어미가 동행했다 장날 마실 가듯어미를 앞서거니 뒤서거니풀 냄새 맡다가나비 좇다가어느 순간 흠칫 놀라 겅중겅중 뛰어와마른 젖통 툭툭 치받던 길 아가, 주인 인상 좋아 뵈더라외양간 북데기도 푸짐하더구나말 잘 듣고… 잘 살거라 낯선 외양간에 울음 떼어 놓...
  4. 하나은행, 국민·농협·신한·우리·IBK과 공동 본인확인서비스 MOU 체결···"인증서 부정사용·금융피해 방지한다" 하나은행이 21일 국내 주요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IBK)과 함께 은행권 공동 본인확인서비스 추진 및 마케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금융권 인증서는 금융기관 특유의 강화된 다중 보안 시스템을 갖췄으며, 이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본인확인' 수단이다. 그동안은 은행별로 사용했는데 이...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멀리 쑥꾹 쑥꾹 쑥꾹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