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 지음 /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17,800원우리는 왜 상실 뒤에도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당연한 슬픔이 있지만, 단지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실 속에서도 상상력의 힘으로 꿈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허구이지만 진실보다 더 강력한 그 무엇을.
열린책들에서 폴 오스터 1주기에 맞춰 그의 마지막 소설《바움가트너》를 펴냈다.〈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찬사 속에 데뷔해 반세기 넘도록 소설과 산문 모두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작가다.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를 통해 상실과 애도, 기억과 현재,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내밀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바움가트너의 내적 여정은 40년 간의 결혼생활과 아내의 죽음을 넘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죽음을 앞둔 감각 속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와 그 각각의 개인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한다.
이 책은 단순한 상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일의 복잡하고도 중요한 '연결'을 이야기한다. 삶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힘을 찾을 수 있다.
그가 투병 중 끝을 예감하며 쓴 장편으로 상실과 기억, 현재와 시간의 흐름에 대한 내밀한 사유를 풀어냈다. 그가 평생 다뤄온 글쓰기와 허구, 그리고 우연의 미학을 깊이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리는 작은 것, 그러나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이라며 그의 소설은 삶을 가득 채우는 부재와 지속되는 상실의 기록이다. 폴 오스터의 깊은 철학적 성찰과 문학적 유머가 결합된, 마지막 인사와도 같다.
폴 오스터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시인,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다. 1947년 미국 뉴저지주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모턴 도언 제이블상, 펜/포크너상, 메디치 해외 문학상,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등을 받았다. 소설《브루클린 풍자극》《신탁의 밤》《환상의 책》《동행》《공중 곡예사》《거대한 괴물》《우연의 음악》《달의 궁전》《폐허의 도시》에세이《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빵 굽는 타자기》시나리오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다리 위의 룰루》 등을 썼고 《자크 뒤팽》《스테판 말라르메》《장폴 사르트르》등의 작품을 번역했다. 2024년 4월 30일 향년 77세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