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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용어] 정부, '팹리스' 10배 키운다···한국판 '팹리스-파운드리' 구축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2-11 08:05:02
  • 수정 2025-12-11 08: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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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공장 없는 엔비디아?…설계의 힘 팹리스, K-반도체 새 엔진
  • - 메모리 1등 넘어 세계 2강으로…반도체 패권, 제조→설계

이재명 대통령이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팹리스 산업 규모를 현재의 10배로 키우겠다는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엔비디아(NVIDIA).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지만, 정작 반도체 생산 공장은 단 하나도 없다. 


오직 설계에만 집중하고, 생산은 대만의 TSMC 같은 회사에 전량 위탁한다. 제조 공장 없는, 반도체 산업의 진짜 설계자다.


10일, 우리 정부는 "국내 팹리스 산업 규모를 현재의 10배로 키우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넘어, 초격차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육성하고, 소재·부품·장비에서도 경쟁력을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반도체 세계 2강'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걸출한 제조 기업을 보유한 한국이 왜 지금 '팹리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팹리스의 정확한 개념과 산업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 반도체 산업은 세계 전쟁?


공장 없는 엔비디아의 비밀···반도체계의 '설계사무소' 팹리스


이처럼 공장 없이 설계 기술만으로 시가총액 수천조 원을 움직이는 기업 형태, 바로 '팹리스(Fabless)'다. '제조(Fabrication)'와 '없다(less)'의 합성어로, 반도체 제조 설비(Fab)를 갖추지 않고 설계와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뜻한다.


건축으로 비유하자면 팹리스는 건물을 디자인하는 '설계사무소'고, 파운드리(Foundry)는 설계도대로 건물을 짓는 '시공사'다. 


퀄컴, 애플, AMD, 그리고 엔비디아가 대표적인 글로벌 팹리스 기업이다. 반면 삼성전자나 TSMC는 이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에는 반도체 기업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고 생산 설비 구축에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시작하면서, 효율성을 위해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이 철저히 분업화되기 시작했다.



AI 시대, '찍어내기' 제조보다 '창조하기' 설계로 전환


문제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팹리스의 중요성이 기형적으로 커졌다는 점이다. AI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칩(GPU·NPU·TPU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하느냐가 AI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시장의 부가가치는 단순히 '찍어내는' 제조가 아니라, '창조하는' 설계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정부가 '팹리스 10배 육성'을 외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저장 장치) 분야에서는 세계 최강이지만, 시스템 반도체(연산·제어 장치)와 팹리스 분야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1% 수준에 머무르며 '반도체 편식'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 AI의 두뇌와 엔진인 반도체 중요성 부상


한국판 '팹리스-파운드리' 구축···정부가 4.5조 투입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4조5000억 원 규모의 '상생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국내 팹리스 기업에 전용 생산 물량을 할당하기로 했다. 


대만의 TSMC가 자국 팹리스 기업들과 밀착 협력하며 생태계를 키운 것처럼, 한국판 '팹리스-파운드리 동맹'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특히 2030년까지 AI 특화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에만 1조20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고, 수요 기업이 기술 개발을 이끄는 구조를 만들어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생산능력 확충에는 2047년까지 민간과 함께 약 70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팹 10기를 새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제조 중심의 K-반도체 체질을 '설계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패권 경쟁은 이제 '누가 더 잘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똑똑하게 설계하느냐'의 싸움으로 번졌다.


투자자들 역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기존의 반도체 대장주뿐 아니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할 국내 유망 팹리스 기업들이 어디인지, 그들이 가진 AI 반도체 설계 기술력(NPU, PIM 등)이 실체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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