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대한항공 제공)코로나의 짙은 암운 속. 그룹의 생존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내놓아야 했던 대한항공의 심장부 '기내식 사업'이 6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항공 경영이 정상화되면 반드시 다시 가져오겠다"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약속이 현실이 됐다.
시곗바늘을 2020년으로 되돌려보자.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힌 코로나 펜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부채비율이 치솟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거세지자 조원태 회장은 벼랑 끝에서 그룹을 살리기 위해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을 시장에 내놓아야만 했다. 영업이익률 20~30%를 구가하던 초우량 알짜 부서,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본부였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해당 사업을 약 9906억 원에 매각하며 급한 불을 껐다. 뼈아팠지만 이 결단 덕분에 대한항공은 2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 조건을 충족하며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딛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당시 사업권은 한앤코가 지분 80%, 대한항공이 20%를 보유한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씨앤디서비스)'로 넘어갔고 한앤코가 향후 30년간 대한항공에 기내식을 독점 공급하는 조건이 붙었다.
화려하게 부활한 알짜 기업, 재인수를 향한 집념
하늘길이 다시 열리자 씨앤디서비스의 잠재력은 폭발했다. 기내식 공급량이 수직 상승하며 2021년 1490억 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23년 흑자로 돌아섰다. 2024년에는 매출 6240억 원, 영업이익 923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14.8%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실적이 치솟자 사모펀드인 한앤코는 기업 가치를 매각 당시의 5배에 달하는 5조 원 육박으로 평가하며 몸값을 높였다. 한때 가격 이견으로 재매수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며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했지만, 잃어버린 심장을 되찾겠다는 조 회장의 집념은 꺾이지 않았다.
3월 12일 대한항공이 한앤코가 보유한 씨앤디서비스 지분 80%(501만343주) 전량을 7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전격 결의했다.(대한항공 홈페이지)마침내 3월 12일.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한앤코가 보유한 씨앤디서비스 지분 80%(501만343주) 전량을 7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전격 결의했다. 약 710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대한항공이 함께 떠안는 조건으로 협상의 물꼬를 텄다. 거래가 완료되면 대한항공은 씨앤디서비스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지분 인수를 넘어 과거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간의 경영권 분쟁 당시 제기됐던 헐값 매각 논란이나 밀실 거래 의혹을 실력으로 불식시키고 오너로서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게 되는 성과다.
아시아나 통합의 마침표, 기내 서비스 품격 높인다
이번 재인수의 시점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이 가시화된 현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인 기내식을 외주가 아닌 직접 통제하에 두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대한항공은 씨앤디서비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거대해질 통합 항공사 기준에 맞춘 최고 수준의 서비스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내면세 부문 역시 고부가 서비스로 집중 육성해 그룹의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반드시 되찾겠다"던 수장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어 낸 대한항공. 잃었던 퍼즐 조각을 완벽하게 맞춘 조원태호가 아시아나와의 통합을 발판 삼아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