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지음 / 작은숲 / 13,000원
| 나이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날마다 흔들리고, 시도 때도 없이 분심이 올라온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도 여전히 나아지는 게 별로 없다. 나는 과연 죽기 전에 좋은 선생, 좋은 어른, 좋은 선배, 좋은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 신현수 시인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라오스 사람들은 왜 그토록 환한 미소를 지을까? 절필하려 했던 시인이 낯선 땅 루앙프라방에서 다시 시를 쓰게 된 계기는? 욕망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순수와 무구함을 찾아 떠난 시인의 이야기.
작은숲에서 신현수 시인이 라오스와 만나며 얻은 성찰을 《루앙프라방에서 보낸 편지》에 담아냈다. 시민운동가이자 시인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그가 순수의 공간에서 길어 올린 고백록이자 여덟 번째 시집이다.
2019년 시쓰기를 멈춘 시인은 라오스 루앙프라방 방갈로초등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다. 봉사활동과 한글학교 설립을 함께 하며 마주한 낯선 땅의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는다.
현실 참여적 성격이 강했던 시인의 시선은 이제 내면 깊은 곳과 생의 근원인 죽음으로 향하며 한층 깊어진 사유를 보여준다.
1부와 2부는 라오스의 자연과 사람들을 다루며 평화로운 정서를 전하고, 3부에서 5부는 시인 자신과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아픔을 조명한다.
라오스의 무구한 풍경은 시인의 손자나 어머니 같은 가족의 순수함과 겹쳐지며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라오스를 읽는 것이 곧 우리의 삶과 사람을 읽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억지로 짜낸 글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터져 나온 감동과 성찰이다. 시인은 이를 읊조리며 옮겼다.
"감동과 눈물과 깨달음이 있어야 시가 되는 것인데 그것이 자판기 찍어 내듯이 되는 게 아니다."
해설을 쓴 최성수 시인은 "순진과 무구한 두 존재, 라오스와 시인의 만남은 그래서 필연이다. 시에서 라오스를 읽게 된다. 그의 손자와 어머니를 읽는 것이고, 우리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도록 마음을 바쳐 살아온 이 땅의 모든 존재를 읽는 일"이라고 한다.
신현수 시인은 계간지《시와 의식》 (1985년 봄호)에 '서산 가는 길' 등이 박희선, 김규동 시인에게 추천되며 문단에 나왔다. 인천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에서 이사를, 한국작가회의에서 사무총장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직무대행 등으로 있었다. 현재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라오스방갈로초등학교를 돕는 모임 상임대표 등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군자산의 약속》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만든다더니》 《인천에 살기 위하여》 등을 썼고, 산문집 등으로《스티커를 붙이며》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용운》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 등을 썼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