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 그녀들의 이야기>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제공]
몸이 있다. 앉아 있는지, 서 있는지,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지. 이 조건들을 거의 의식하지 않은 채 창작작업에 들어간다. 모든 창작자가 비슷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처럼.
제도와 교육에서도 여전히 특정한 몸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정해진 시간표, 동일한 평가 기준, 표준화된 작업 환경. 이 구조 안에서 다른 방식의 창작은 종종 비효율로 간주되며 언제나 이것은 일부에게만 유효하다.
사회는 흔히 결과만을 비교한다. 이 비교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완성도가 있는가, 속도가 비슷한가, 예술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래서 많은 장애예술가는 자신의 창작방식이 '틀린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며 이 의심은 창작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된다.
그러나 신체·감각의 차이(다름)는 능력의 부족이 아닌, 조건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조건은 자연스럽게 다른 환경을 요구하며 표현의 주제가 되기 전에 창작의 방식이 된다.
손을 어떻게 쓰는지, 도구에 어떻게 닿는지,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어떤 예술가는 한 번에 긴 시간을 집중하지 못하고 짧은 단위로 작업을 하고, 어떤 예술가는 소리를 듣기보다 진동을 느끼며 리듬을 만든다.
또 어떤 예술가는 이미지를 눈으로 보지 않고 손끝으로 구성한다. 이 차이들은 결과물보다 창작 과정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며 느린 반복, 분절된 시간, 협업을 전제로 한 제작 방식들은 보완책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창작법이 된다.
<그림속, 그녀들의 이야기>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제공]
차이는 예술 언어를 확장한다
창작방식은 선택이 아닌 적응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계단이 있는 공간에서는 다른 동선이 만들어지고, 소리가 중심이 되는 환경에서는 다른 감각이 발달한다.
장애예술가의 작업 방식은 흔히 '극복의 서사'로 설명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극복보다 조율이 더 중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다르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체·감각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결과를 낮추는 일이 아닌 오히려 과정을 정밀하게 보는 일이며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순간, 우리는 작품을 둘러싼 보이지 않던 노동과 창작환경을 발견하게 된다.
그 발견은 예술활동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정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특별한 경우로 분리하는 것이 아닌 장애예술의 지속가능한 창작방식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술은 언제나 그랬듯이 하나의 몸에서 시작되었고 그 몸이 너무 오랫동안 하나뿐인 것처럼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경로가 확장되고 서로 다른 창작방식을 인정하고 허용할 때, 예술은 더 다양해지며 신체와 감각의 차이가 다양성으로 강요되지 않으며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김형희 화가
김형희 화가는 성균관대에서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CHA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상명대에서 공연예술경영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7년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를 설립하고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을 지냈다. 지금은 케이디아트컴퍼니(K-Dart Company)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