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페이 제공]
신원근 대표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23일 열린 카카오페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 가결되며, 그는 2028년까지 2년간 다시 회사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위기 속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해 뼈를 깎는 쇄신으로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만년 적자 기업을 흑자 궤도에 올려놓은 그의 지난 4년은 한국 핀테크 업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신원근 대표는 2018년 전략 총괄 부사장으로 카카오페이에 합류했다. 당시 그는 중단기 비즈니스 성장 전략을 세우고 해외 핀테크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주도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밑그림을 그렸다.
카카오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글로벌 감각을 갖춘 그를 차기 리더로 낙점했고, 2021년 말 대표로 내정했다.
하지만 대표 내정자 신분이던 당시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을 포함한 임원 8명이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며 위기를 자초했다. 상장 직후 경영진의 집단 주식 매도는 이른바 '먹튀 논란'을 부르며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주가 20만 원까지 최저임금 선언, 책임 경영의 첫걸음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소액 주주들과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대표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2022년 3월 취임을 앞두고 노조인 '크루유니언'과 배영 사외이사 등이 참여하는 '신뢰회복협의체'를 꾸렸고, "회사 주가가 20만 원에 도달할 때까지 연봉과 성과급 등 모든 보상을 포기하고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경영진들도 2021년도 성과급을 모두 반납해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보태고, 법적 제약이 풀리는 시점부터 회사 주식을 다시 사들여 매도 시 차액을 전액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장 이후 대표는 임기 2년, 경영진은 1년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사내 소통 채널을 열고 근로 제도를 개선했으며, 사용자 경험 향상을 위해 UX 디자인실과 데이터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러한 자구책으로 주주들 마음을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결제 넘어 생활 금융 플랫폼 구축, 자회사 성장 견인
신 대표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간편결제와 송금을 넘어 대출, 투자, 보험 등 금융 전 영역을 아우르는 '국민 생활 금융 플랫폼' 구조를 구축했다.
자회사 성장도 두드러졌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해외여행보험, 휴대폰보험, 운전자보험을 연달아 출시하며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해외주식 거래 혜택 확대와 실시간 토론방 신설 등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거래 규모를 키웠다.
ESG경영에도 힘썼다. 핀테크 업계 최초로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국제표준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인증을 취득했다.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과 소상공인 지원 등 상생 활동을 이어온 결과, 2023년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평가지수(DJSI Korea)에 핀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편입됐다.
만년 적자 탈출, 첫 연결 기준 연간 흑자 달성
이러한 성과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카카오페이는 2년 연속 별도 기준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결 기준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성 악화 우려를 씻어내며 기초 체력을 입증했다. 위기 극복과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신 대표는 2024년 연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임기를 맞았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신 대표의 목표는 차세대 금융 환경인 '넥스트 파이낸스(Next Finance)' 구축이다. 기존 결제, 대출, 투자 사업을 대안신용평가와 상담 연계 등 전후방 가치사슬로 확장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 수요를 파악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려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최우선 과제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전환이다. 에이전틱 AI가 자율결제, 임베디드 금융 등 금융 산업의 AI 전환(AX)을 촉발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선제적인 AI 도입과 사용자 경험(UX) 혁신을 강조했다.
신원근 대표는 카카오 그룹 내 AI 시너지를 발굴하고, '슈퍼 월렛'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토큰증권발행(STO) 등 디지털 자산 인프라 생태계도 함께 준비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