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뒷돈)를 받은 의사에게 내려진 면허 자격정지 4개월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네이버지도 캡처]
의사 A씨는 2016년 9월~2017년 7월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특정 약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10번으로 나누어 980만 원을 받았고, 의료법 위반으로 2024년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의사 면허 자격정지 4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불복해 소송을 내며, 10번 받은 돈을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1월 검찰 기소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앞서 받은 돈은 대부분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논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돈을 받은 장소가 진료실로 동일하고 목적과 방식이 같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10번의 수수 행위를 하나의 연속된 범죄로 묶는 '포괄일죄'를 적용해 범죄의 시효 시작점을 마지막으로 돈을 받은 2017년 7월로 봤다.
범행이 계속 이어졌다면 중간에 시효가 지난 행위가 섞여 있어도 마지막 행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으로, 결국 시효 만료를 주장한 A씨의 꼼수는 법정에서 통하지 않았다.
제약사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이 '쪼개기 수수'나 '시효 만료'를 내세워 행정처분을 피하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졌지만 법원의 판단은 늘 같았다.
2021년 수년에 걸쳐 제약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한 의사가 과거에 받은 돈은 행정처분 시효인 5년을 넘겼다며 소송을 냈을 때도, 재판부는 연속된 범죄로 판단해 마지막 수수 시점을 기준으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범죄를 여러 번에 걸쳐 교묘하게 저질렀다고 해서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는 법리가 자리 잡은 상태다.
2016년에는 334만 원을 받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타 전문직과 달리 의사 징계 시효 규정이 없는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도 법원은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리베이트 범죄는 은밀하게 이루어져 적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면제해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리베이트 근절을 향한 사법부의 잣대는 엄격하다. 꼼수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법원 앞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