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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희 칼럼] 장애, 예술에 말을 걸다⑥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는가
  • 김형희 화가
  • 등록 2026-03-11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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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수의 응시(작가 제공)

창작은 늘 고요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시선이 겹쳐 있다. 무엇을 말할지 무엇을 숨길지 어디까지 드러낼지에 대한 결정은 언제나 타인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장애예술가의 창작 일상에서 이 시선은 더욱 복잡하다. 작품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묻는다. 이 표현은 '예술적으로' 보일까 혹은 '장애를 드러낸 것'으로만 읽히지는 않을까. 창작 전에 작동하는 자기 검열의 출발점이다.


많은 장애예술가는 자신도 모르게 두 개의 시선을 동시에 의식한다. 완성도, 전문성, 미학적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하는 예술계의 시선이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장애 중심의 감각과 신체를 전제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사회의 시선이다. 작품을 예술로 보기보다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로 읽기를 기대한다. 너무 개인적이면 감동이 사라질까 두렵고 너무 형식적이면 자신의 경험이 지워질까 불안한 이 두 시선 사이에서 장애예술가들은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려 한다. 


이러한 긴장은 창작의 일상 속에서도 반복된다. 어떤 움직임은 자신에게는 자연스럽지만 무대에 올리기엔 '이상해 보일까' 걱정되고, 어떤 소리는 자신의 감각에서는 분명한 의미를 갖지만 관객에게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삭제한다. 이때 삭제되는 것은 표현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 그 자체일지도 모르며 장애예술가의 창작 일상은 종종 표현보다 조율에 가까워 진다.


이 조율과정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형성된 예술의 규범과 사회적 기대가 개인의 내면으로 침투한 결과일 것이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설명한다. 특정한 규칙과 기준은 반복적으로 학습되며 결국 개인의 감각과 선택을 자연스럽게 제한한다. 


어쩌면 장애예술가는 자신도 모르게 '이건 예술로 보일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도록 길들여 왔을지도 모르겠다.



나진수의 노인(작가 제공)

예술세계는 어떤 표현을 예술로 읽을 수 있는가


나는 누구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아왔는가. 관객의 기대인가 제도의 평가인가 혹은 스스로 내면화한 정상성의 기준인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창작의 방향은 조금씩 달라지며 더 이상 모든 표현을 설명하려 애쓰지 않게 되고 감동을 설계하지 않게 되며 이해받기 위해 스스로 축소하지 않게 된다.


이런 변화는 단번에 완성되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장애예술가의 창작은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어떤 시선을 선택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그 선택은 작가로서의 용기다.


장애예술가의 자기 인식이 창작 방식과 미학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기 시작할 때 새로운 자신만의 예술언어를 갖게 되며 이는 개인의 성장담이 아닌 장애예술의 확장과 동시에 예술계 전체를 향한 질문이 될 것이다. 


김형희 화가

덧붙이는 글

김형희 화가는 성균관대에서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CHA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상명대에서 공연예술경영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7년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를 설립하고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을 지냈다. 지금은 케이디아트컴퍼니(K-Dart Company)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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