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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희 칼럼] 장애, 예술에 말을 걸다⓸ 설명하지 않는 '장애예술'의 가능성
  • 김형희 화가
  • 등록 2026-02-25 00:00:01
  • 수정 2026-02-26 0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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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있는 자화상(작가 미상)

장애예술 앞에는 종종 설명이 먼저 온다. 작품이 시작되기 전, 무대가 열리기 전, 전시 공간에 들어서기 전, 우리는 많은 말을 듣게 된다. 


이 예술가는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어왔는지 이 작품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설명은 친절해 보이지만 동시에 질문을 봉인한다. 관객은 작품을 보기 전에 많은 것을 이해했다고 느끼게 되고 예술은 스스로 말할 기회를 잃게 된다.


장애예술이 반복적으로 요구받아 온 것은 '이해 가능성'이다. 왜 이런 움직임을 하는지 왜 이런 소리가 나는지 왜 이런 형식이 선택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비로소 작품이 완전해지며 이 설명은 종종 작품의 이해를 돕기보다는 작품을 특정한 해석 안에 가두는 역할을 하고 장애는 맥락이 아닌 설명의 중심이 되어 삶의 증거로 환원 된다.


장애예술의 중요한 전환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예술 혹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예술의 가능성. 이는 설명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이 아닌 설명이 예술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모든 예술이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듯 장애예술 또한 먼저 경험되고 이후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전환은 장애예술가 개인의 태도 변화에서 출발한다. 


모든 표현을 관객에게 전달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지 않으려는 선택, 감동이나 교훈을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려는 결단, 어떤 움직임은 설명 없이 존재하고 어떤 소리는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울린다. 


이때 관객은 비로소 작품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그 머뭇거림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의 시작이 된다.



나의 얼굴 (작가미상)


장애예술의 미학적 전환 


설명하지 않는 장애예술은 예술세계의 해석 방식을 흔들며 예술이 해석의 틀 안에서 성립됨과 동시에 그 틀은 고정된 것이 아닌 설명을 최소화한 장애예술의 기존해석 언어를 무력화한다. 그리고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며 관객은 더 이상 정답을 찾는 위치에 있지 않고 의미를 구성하는 참여자가 된다. 

 

이러한 미학적 전환은 관객의 역할도 바꾼다. 관객은 더 이상 안내 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감각을 조정하는 존재가 되며 익숙한 리듬이 깨지고 예상 가능한 서사가 사라질 때 관객은 자신의 감각과 인식 방식을 점검하게 된다. 


장애예술은 관객에게 묻는다. 왜 이것을 이해하려 하는가, 왜 이 표현이 불편한가, 무엇이 나의 기준을 만들었는가를.

 

이해 가능한 것, 해석 가능한 것만이 정당한 예술로 인정하는 시대에 설명하지 않는 장애예술은 이 기준에 저항하며 예술이 요구해온 친숙함과 완결성을 거부하고 무질서가 아닌 기준의 재배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설명하지 않는 예술은 결코 무책임한 예술이 아닌 오히려 예술을 예술로 되돌리는 시도며 장애예술이 설명에서 벗어날 때 복지의 언어와 감동의 언어를 넘어 미학의 언어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이동은 장애예술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 예술을 더 넓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김형희 화가


덧붙이는 글

김형희 화가는 성균관대에서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CHA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상명대에서 공연예술경영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7년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를 설립하고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을 지냈다. 지금은 케이디아트컴퍼니(K-Dart Company)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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