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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같은 부대 동기들
  • 어향숙 시인
  • 등록 2025-11-16 00:37:56
  • 수정 2025-11-20 11: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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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게 많아지겠지? 앞으로 들어올 후임들한테, 무슨 죄를 지을지 계획하면서. 우리는 정신없이 웃고 까분다. 

 

웃고 까부는 건 다 좋은데. 성사를 장난으로 생각하진 마. 우리가 방금 나눈 대화도 다음 성사 때 고백해야 돼. 어렸을 때 세례를 받은 동기가 조심스럽게 충고를 하고. 역시 독실한 종교인은 남다르구나. 너는 오늘 무슨 죄를 고백했는데? 우리는 조금 빈정거렸다. 

 

나는 생각으로 지은 죄도 고백하거든. 대부분 끔찍한 것들이라서. 알려줄 수는 없을 것 같아. 

팔다리를 잡고 간지럼을 태웠는데도. 너는 절대 고백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는 겁이 났다. 저 독실한 신자 녀석이. 끔찍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김승일 시인의 시 '같은 부대 동기들' 전문



이 시는 김승일 시인의 시집 《에듀케이션》에 수록되어 있다.


"군대"라는 폐쇄적이고 엄격한 계급과 규율이 있는 곳에서 한창 자유롭게 지내야 할 청춘이 고해성사를 마치고 "같은 부대 동기들"과 함께 장난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풍경이 그려진다. 그런데 그 종교의례를 통한 '자기검열'의 공유가 순수와 불안이 교차되며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수치"는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을 나누는 사이는 아주 가까운 관계일 것이다. 하지만 폭력의 경계 위에 있는 군대에서는 그런 정서도 놀이처럼 웃고 까불면서 불안감을 이겨내며 서로 의지하고 싶은 심리도 있겠다. 집단의 장난스러운 한때지만 각자의 내면에는 깊고 날 선 어둠이 감춰져 있다. 그곳은 개인이 감시되고 고백을 강요 받고 내면까지 통제하려고 한다.


그렇게 함께 수다 떨던 동기도 한순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 된다. 시는 그 모순 사이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잘 포착하여 의미를 고정하지 않고 계속 변주해 나간다. 독자의 마음도 점점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든다.


분단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 대해, 지금 군대에 있는 군인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필자도 남편에게 셀 수 없이 많이 접했던 군대 얘기지만 앞으로 애정을 갖고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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