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화장 중입니다"
승화원 전광판에는 뜨거운 불길이 일고
한곳에 모인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 없었다
전광판이 바뀌고
눈물이 마르기 전 냉각을 마친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철제 침대가 끌려 나왔다
붉은 장미로 채운 관과 황금빛 수의는 간 곳 없고
주검을 눕힌 그 자리
타다만 뼈 몇 개와 재만 놓여 있었다
익숙하게 유골을 수습하는 그 남자
빗자루로 쓸어모은 뼛조각을 분쇄기에 갈고
재가 담긴 흰 종이를 서너 번
약봉지처럼 접는 시간은
딱 5분이었다
철 따라 챙긴 녹용과 개소주 온갖 한약재들
살과 뼈를 짓던 그 보약도
79세 어머니를 접고 거뭇한 재로 남았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던 배짱과
꼬장꼬장 큰소리치던
질긴 고집은 불에도 녹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결국 한 줌으로 접힌 어머니
손에 받아든 파란만장이
그토록 가벼운 줄 처음 알았다
-마경덕 시인의 시 '접히다' 전문
이 시는 <시와 징후> 2025년 가을호에 실려있다.
여름 내내 나무에 매달려 있던 도로변 잎들이 요즘 하나둘 떨어지고 있다. 서슬퍼런 푸르름도 갈변하고 바람에 가벼이 날아다닌다. 인간의 삶도 이런 자연현상과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밀리지 않던 배짱과 꼬장꼬장한 큰소리, 질긴 고집을 가졌던 어머니도 결국 한 줌 재로 요약되었다. 그 유골은 한때 어머니가 몸을 살리기 위해 철 따라 챙긴 한약재를 쌌던 "약봉지처럼" 접혀 있다. 한 존재가 접혀지는 시간은 "딱 5분"이다.
시에서 "접히다"는 '작아지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삶이 밖으로 펼쳐져 나가는 현상이라면 죽음은 안으로 다시 접히는 시간을 말할 것이다. 그 접힘의 순간, 화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안의 어머니를 펼쳐 읽게 된다.
이 시는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동안 화자가 관찰자가 되어 존재의 무게가 시간과 의식 속에서 어떻게 접혀서 사라지는지 담담한 시선으로 그린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세계와 공존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