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인 BNK부산은행 회장이 2026년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방침 '미래성장을 위한 새로운 금융 구현'을 밝혔다.
"부패한 이너서클이 자기들 멋대로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회장을 중심으로 셀프 연임을 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부산 문현금융단지 내 BNK금융지주 본사.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이곳에선 요즘 직원들의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의 수시검사가 벌써 두 차례나 연장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했고 BNK부산은행이 시범케이스로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있다.
빈대인 회장의 연임 이슈와 맞물려 시작된 이번 검사는 건전성 점검을 넘어 그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까지 훑으며 사외이사들과의 '부적절한 연결고리'를 찾는 데 있다.
사외이사가 회장 연임 관리?…밥값까지 들여다본다
"업무추진비 검사는 회계적 오류를 잡겠다는 게 아니라 이사회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는지를 보는 가장 확실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빈 회장이 사외이사들에게 규정에 어긋난 접대를 했거나, 이를 통해 거수기 역할을 강요했는지 살피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권에서 CEO의 업무추진비를 현미경 검증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빈대인 회장의 법인카드 내역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회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사외이사들을 관리했는지 증거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금감원은 이사회가 빈 회장의 연임을 위해 후보 등록 기간을 고무줄처럼 줄인 '절차적 꼼수'가 있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빈대인 회장(BNK부산은행)
이재명 대통령 "돌아가며 해 먹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 자리에서 "주인이 없는 회사(소유분산기업)라고 해서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기들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금융지주사들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은 사실상 금융권 '셀프 연임' 관행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5일 "절차적 정당성 관련 문제제기 할 부분이 많다. 금융회사는 성격 자체가 공공성이 있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이다. 그 어떤 상장 법인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버넌스가 구성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금감원은 BNK를 1호 타깃으로 삼은 뒤 금양, 삼정기업 등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 과정까지 전방위로 파헤치고 있다.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다뤘던 사안임에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부당한 여신 집행이 장기 집권한 특정 임원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쓰였는지 확인하겠다'는 의지다.
빈대인 '셀프 연임' 논란에 내놓은 '셀프 개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가 추천한 인사로 사외이사 과반 채우겠다."
금감원의 압박이 거세지자 BNK금융지주는 예상보다 빠르게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를 공개모집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BNK는 회장 임기를 3년으로 하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이사회 의장 임기도 최대 2년으로 묶는 등 다른 금융지주보다 엄격한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금감원의 시선은 규정이 아니라 '작동 여부'에 꽂혀 있다. BNK금융은 지난해 10월 차기 회장 후보 절차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후보 접수 기간은 15일이었지만 추석과 주말 등을 제외하면 실제 영업일 기준 4~5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접수 절차가 내부 후보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며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행동주의펀드인 라이프자산운용의 압박도 변수다. 이들은 단순한 사외이사 숫자 늘리기가 아니라 감사·보상 위원회 등 핵심 의사결정 기구에 실질적인 견제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BNK의 이번 조치가 금감원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면피'인지 진정한 '환골탈태'인지 모른다. 다만 통상적인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개편안이 나오는 것을 보면 BNK가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BNK부산은행
'ALL AI'로 판 바꾸겠다는 빈대인 회장
"이자 장사와 담보 위주의 영업 관행을 버리고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ALL AI'(모든 업무에 AI 도입) 전략으로 조직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
사면초가에도 빈대인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새로운 금융', '생산적 금융', 그리고 'ALL AI'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체질 개선 카드다. '낡은 영업 관행 답습' 비판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BNK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빈대인 회장과 BNK에 필요한 것은 '양탕지비'
빈 회장이 내놓은 '셀프 개혁'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 추천 이사가 가급적 많이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이번 검사에서 빈 회장의 결정적 귀책 사유가 나오는지도 봐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 개혁 드라이브와 BNK·빈대인 회장의 생존 본능이 충돌하고 있는 지점에서 대한민국 금융 지배구조의 표준이 새로워지고 있다는 점은 반갑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끓는 물을 식히려고 국자로 물을 퍼올리는(양탕지비 揚湯止沸) 정도로는 물을 식힐 수 없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이사회의 권력 독점(장작)은 그대로 둔 채 사외이사 공모제 같은 제도(국자질)만으로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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