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어향숙 시인
  • 등록 2026-02-07 20:44:40
  • 수정 2026-02-08 00:30:00

기사수정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 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김춘수 시인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전문



이 시는 《김춘수 시선》에 실려있다. 샤갈의 그림처럼 언제 읽어도 기분 좋아진다. 


시인은 마르크 샤갈이 그린 '나와 마을'이란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시를 썼다고 한다. 훗날 "환상적인 구성으로 자유와 낭만, 감정의 따스함을 표현하기 때문에 샤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시에도 그림처럼 현실과 환상이 이어지는 이국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들이 몸에 생생하게 와닿는다. 이미지의 운동은 우리 내면에서 잠자는 생명에너지를 깨운다.


찬란한 봄날,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눈이 온다. 관자놀이의 정맥이 떨리고, 열매가 다시 물들고, 밤에 아궁이 불이 지펴진다. 아무리 추운 현실이라도 온기가 가득하다.


시인의 살아 생전 행적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이런 아름다운 시를 읽게 되어 참 감사하다.


덧붙이는 글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은행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2026년 1월 이후 '달러 약세에도 원화 뒷걸음' 2026년 새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과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훈풍이 불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주요국 증시는 상승세를 탔으며 '킹달러'의 위세도 한풀 꺾여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외환시장의 풍경은 달랐다. 달러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가치는 오히...
  2. [관세청 수출입현황] 2026년 1월 수출 658억달러 ‘역대 최대’…8개월 연속 증가 2026년 1월 수출이 658억 달러로 역대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6년 1월 수출입 확정치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8% 증가한 658억 달러, 수입은 11.6% 늘어난 571억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8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월 수출은 반도체와 승용차 등 주력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8개...
  3.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2026년 1월 코스피 5300시대 개막…펀드 91.9조 유입 2026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자금이 대이동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는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반면 증시를 향한 투자 자금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유례없는 53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펄펄 끓어오르자 시중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쫓아 방향을 튼 결과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관리 기조 속에 주춤.
  4. [한국은행 소비자동향] 2026년 2월 경기 훈풍 탄 소비자심리지수 112.1…전월 대비 1.3p ↑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6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을 기록했다. 1월 110.8에서 1.3p 상승한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2003년부터 2025년까지의 장기 평균보다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의 경제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심리가 뚜렷하게 확산하고 있다.경기 판단·전...
  5. '60% 마진의 기적' 삼천당제약, 아일리아 시밀러로 화려한 부활 오랫동안 공들여온 연구개발의 씨앗이 마침내 황금 열매를 맺었다. 삼천당제약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수익성을 증명하며 흑자 전환 드라마를 썼다. 그 중심에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글로벌 안과 질환 치료제)가 있었다.삼천당제약(10일 발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