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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엄마의 머그컵
  • 어향숙 시인
  • 등록 2026-01-24 23:10:29
  • 수정 2026-01-24 23: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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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제일 아끼는 머그컵을 깼어

식탁 모서리에 톡, 부딪혔을 뿐인데

쨍그랑, 소리가 아침을 부쉈어 


안 돼! 엄마의 외침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져

조각들 옆에 나란히 엎드렸어 


놀란 내 머리카락이 솟아오르고

어깨에 앉아 있던 먼지 세 톨은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저쪽 벽까지 날아갔어


물바다가 된 바닥에

멍하니 맨발로 서 있는 나

그때 엄마가 다가와

발밑에 수건을 깔아주었어

 

상어 이빨이 번뜩이는

무서운 바다 한가운데

내가 디딜 수 있는


작은 섬 하나를 만들어주었어


-류한월 시인의 시 '엄마의 머그컵' 전문



이 시는 202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이다.


아이 뿐일까. 어른이 된 나도 자주 와인잔을, 접시를, 유리컵을 떨어뜨려 파편들이 부엌 바닥에 흩어지게 한 적 많다. 그것들이 손을 떠나는 것은 찰나였고, 그때마다 심장도 함께 내려앉았다. 옆에 있던 남편이 "움직이지 마" 하고 수습을 도와주곤 했는데 그 순간 무너졌던 세계에서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


시에서도 아이는 "깨진 컵의 조각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저쪽 벽으로 날아"간 "먼지 세 톨"처럼 자신의 존재를 쓸모없다고 여긴다.


그런데 엄마는 "아끼는 머그컵"보다 "나"를 염려해 발 밑에 수건을 깔아준다. 그것은 무서운 물바다에 "작은 섬 하나"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라고 한다. 실패하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딛고 일어나도록 힘이 되어준다. 이런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선배의 배려고, 사회에서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평범한 소재지만 아이들 시선으로 섬세하게 쓴 시다. 엉뚱한 표현들이 재밌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덧붙이는 글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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