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보농협
지역 금융의 핏줄 역할을 해야 할 농협이 내부 직원의 일탈과 주먹구구식 대출 운용으로 멍들고 있다.
충북 수안보농업에서 직원이 고객과 사적으로 돈을 주고받는가 하면, 수십억 원대 대출을 위한 감정평가 법인을 규정을 어기고 제멋대로 선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거액의 공동대출을 주도하면서 심사를 엉터리로 해 소중한 조합 자금이 묶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11일 수안보농협에 대해 경영유의 3건의 제재 조치를 통보했다.
13억 원 빌려주며 묻지마 심사?
공동대출은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대출을 주관하는 '주간조합'(공동대출 취급 업무)의 책임은 막중하다.
수안보농협은 2020년 11월, A씨에게 시설자금 명목으로 13억 원의 공동대출을 내주며 그의 상환 능력과 자금 사용 목적을 꼼꼼히 따져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상환 능력 심사를 소홀히 하거나 누락한 채 대출을 승인했고, 돈이 나간 뒤에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돈을 딴 곳에 쓰지는 않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후 관리가 실종된 사이 대출금은 전액 '고정화(부실채권)'돼 조합의 건전성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안보농협(홈페이지)
직원의 위험한 커넥션, 대출 고객에 "돈 좀 빌려주세요"
금융인의 기본 윤리인 '공사 구분'도 수안보농협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임직원은 고객과 사적으로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어서는 안 된다.
수안보농협 직원은 대담했다. 2019 ~ 2023년 전직 은행원과 24차례에 걸쳐 4530만 원을 주고받았다.
조합의 대출 고객인 기업 대표와 거래도 했다. 해당 직원은 B법인 대표에게 2021 ~ 2022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3000만 원을 빌리고 여섯 차례에 걸쳐 3010만 원을 갚았다.
대출을 담당하거나 관리해야 할 직원이 고객과 사적인 금전 관계를 맺는 것은 횡령이나 부당 대출 등 대형 금융 사고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감정평가법인도 내 마음대로? 시스템 무력화
담보 대출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 절차에서도 허점이 발견됐다. 공정성을 위해 시스템이 무작위로 추천한 법인 3곳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안보농협은 이 시스템마저 무시했다. 2019 ~ 2024년 외부 감정평가를 의뢰한 176건 중 17건, 금액으로는 무려 70억6000만 원이나 되는 대출 건에 대해 특정 감정평가법인을 '콕' 찍어 의뢰했다.
'임의 지정'(예외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을 아무런 타당한 이유 없이 남발한 것이다. 이는 대출 가액을 부풀리거나 특정 법인에 일감을 몰아주는 유착 의혹을 살 수 있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