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중심으로 본 삼성그룹 핵심 지배구조
2025년 12월 2일, 삼성의 역사에 조용하지만 묵직한 한 페이지가 넘어간다.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삼성물산 주식 전량, 180만8577주를 아들 이재용 손에 쥐여주기로 결정했다. 금액으로는 약 4,070억 원.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9.76%였다. 여기서 1.06% 늘어나는 것으로 이재용 회장은 20.82%를 보유하게 된다.(증여일 2026년 1월 2일)
단순한 자산의 이동을 넘어선다. 2020년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5년 넘게 이어져 온 '상속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온전한 '이재용의 시대'를 선포하는 상징적인 의식과도 같다.
어머니는 왜, 하필 지금, 자신의 지분 '전부'를 아들에게 넘겼을까. 그리고 이 결정은 현재의 정치·사회적 격랑 속에서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까.
어머니 홍라희의 결단, "온전히 홀로 서라"
팔순 노모(老母)는 자신의 곳간을 비워, 사법 리스크라는 긴 터널을 막 빠져나온 50대 아들의 곳간을 채웠다. '비움'과 '채움'의 미학이다.
지난 몇 년간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물산 합병 의혹 등으로 1심부터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올해 대법원 판결로 법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이 회장은 비로소 글로벌 경영 행보를 재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홍 관장의 '전량 증여'는 아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주변 정리를 해줄테니, 경영에만 집중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나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계열사 지분을 일부 처분한 것과 달리, 이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단 1주도 팔지 않고 버텼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지키기 싸움'에 자신의 주식을 보태 힘을 실어준 것이다. 가족 간 합의가 끝났음을 공표하는 것으로 '더 이상 잡음은 없다'는 것을 알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삼성 오너 일가 상속세 납부 타임라인(12조 원 규모)
삼성물산 요새를 강화하는 증여 1.06%의 마법
숫자 1.06%는 작아 보이지만, 삼성의 지배구조라는 거대한 체스판에서는 '이재용 킹'을 지키는 결정적인 방패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핵심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라는 거함을 조종하는 조타실과 같다.
이 회장은 이번 증여로 삼성물산 지분율을 19.93%에서 20.99%로 끌어올리며 20%대를 돌파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30% 중반을 훌쩍 넘긴다.
왜 20%가 중요할까. 이는 외부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심리적, 실질적 저지선이다.
과거 엘리엇 사태와 같은 헤지펀드의 공격이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의 지분이 굳건해야 한다.
홍 관장의 지분 증여로 이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이 회장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데 있어 흔들리지 않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4000억 원의 세금과 '이중 과세'의 딜레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했던가. 이번 증여의 이면에는 입이 떡 벌어지는 세금 계산서가 놓여 있다.
홍 관장이 이 회장에게 넘긴 주식은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다. 상속 당시 약 1,475억 원(추정)의 상속세가 부과된 바 있다.
이 주식이 다시 이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이 회장은 약 2,440억 원의 증여세를 다시 내야 한다. 동일한 주식 뭉치를 두고, 어머니와 아들이 대를 이어 국가에 낼 세금이 4,000억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적용된 징벌적 과세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증여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20%가 붙어 실효세율은 60%에 달한다.
이 막대한 세금을 감수하며 증여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지분 방어'와 '지배구조 안정'이 돈보다 시급했다는 방증이다.
이 회장은 세금을 내기 위해 배당금을 모으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한국 재벌 승계 구조의 현실이자, 오너 경영 체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11월 28일 이지호 군의 해군 사관후보생 임관식에 참석한 홍라희 관장과 이재용 회장
'상법 개정'과 '책임 경영'···정치적 파고 넘어야
이번 증여는 현재의 정치적 지형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재명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기조와 기업 규제 환경의 변화가 의사결정에 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해당 법안들이 속속 통과되고 있다. 최대주주 입장에서 보면, 소액주주들이 대주주 결정에 반기를 들거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 속에서 오너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지분율이 필수적이다. 홍라희 관장이 아들 이재용에게 삼성물산 지분을 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지배구조 투명성 요구에 대한 응답도 필요했다. 정치권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배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고히 하는 것은 '책임지고 경영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정부와 정치권이 요구하는 '책임 경영'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정책 기조에 부합한다.
홍 관장이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아들이 흔들림 없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갑옷'을 입혀준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뉴 삼성의 닻'은 올려졌다···'10년 사법 리스크'는 안녕!
내년 4월이면 삼성 총수 일가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상속세 납부를 사실상 마무리하게 된다. 1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완납하고, 지분 정리가 끝나는 그 시점이 진정한 '이재용 체제'의 시작점이다.
홍라희 명예관장의 4,000억 원 상당 주식 증여는 그 시작을 알리는 축포다. 어머니의 헌신으로 지배구조 정점인 삼성물산 요새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20% 지분'이라는 든든한 무기를 손에 쥐었다. 엄마 홍라희 손을 빌려 삼성물산 지배구조를 정리하며 '이재용 시대' 닻을 올리는 것이다.
물론 과제는 남았다. 막대한 증여세 마련을 위한 재원 확보, 그리고 강화된 지배력을 바탕으로 보여줘야 할 '뉴 삼성'의 혁신적인 비전, 정치권의 상법 개정 압박에 대한 대응 등은 이 회장에게 남은 숙제다.
분명한 것은, 이번 증여를 통해 이재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10년간 끌어온 사법 리스크 같은 과거의 유산을 정리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채비를 마쳤다는 점이다. 어머니의 주식은 삼성의 미래를 짊어질 아들의 어깨에 얹어진 무거운, 그러나 영광스러운 책임감이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