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송형선의 희망공간] 폭염의 시대, 마을은 평등한가
  • 송형선 활동가
  • 등록 2025-07-14 12:11:36
  • 수정 2025-07-14 13:53:15

기사수정
  • - 폭염에 노출된 이웃들에 대한 생각


지구과학자들에 따르면 예상한 폭염시대가 도래했다.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짧은 장마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폭염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 24시간을 딱히 나눌 것도 없다. 어느 곳이든 촌각을 따질 필요도 없다. 폭염은 모든 삶을 지배한다. 잠 못 든 늦은 밤 달아오른 몸을 일으킨다. 틀어 놓은 샤워기 밑에서 몸을 식힌다. 그러나 잠깐이다. 하물며 대낮은 어떠하겠는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열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게다가 습도도 매우 높다. 흐르는 땀방울에 일상이 힘들 지경이다. 


이 순간에도 폭염이 뒤덮은 거리를 내달리는 다양한 배달 노동자가 있다. 생활용품을 배달하는 배달 노동자, 음식을 배달하는 노동자, 이 모든 생활용품과 먹거리를 열기 속에서 만들어내는 노동자들도 있다. 특히 옥외 노동자들은 대단히 힘든 현장에 놓여 있다. 


어제는 간혹 들르는 음식점에 앉아 주방을 들여다보았다. 열기에 얼굴이 붉어진 모습과 땀에 젖은 옷이 폭염의 강도를 증명하는 듯했다. 주방 안으로 쌓인 더운 열기가 밖으로 분출될 틈도 없이 불을 지펴야 음식을 만들 수 있으니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 고스란히 견디는 수밖에 없다. 지친 몸을 뉘어도 열대야는 또 숙면을 방해할 것이다. 모든 노동자는 이 여름에 닥친 폭염이 공포의 대상이다. 


7월 8일 베트남 청년이 경북 구미의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겨우 스물셋이었다. 농장노동이 힘들어 건설노동으로 옮긴 첫 날이었다. 폭염으로 한국 노동자들은 오후 1시까지만 근무했지만 그 청년은 같은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오후 4시까지 일을 해야 했다. 


또한, 7일과 10일 사이 택배 노동자 세 명도 장시간 폭염에 노출된 상태로 배달하다 사망했다. 한 명은 너무 힘들어 쉬겠다고 차 안에 들어갔는데 숨진 채 발견됐고, 한 명은 근무 중에 사망했고 한 명은 퇴근 직후 사망했다. 모두 휴식공간이나 휴게시간이 없는 상황에 폭염에 장시간 노출돼 희생됐다.


폭염 속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 하거나 폭염을 피할 적절한 휴식 공간이 없는 사람들, 주거 공간이 폭염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인 사람들에게 폭염은 극심한 더위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대부분 더위 때문이 아니라 폭염으로부터 생명을 지킬 환경(제도를 포함해)이 마련되지 않아 사망했다.


전국 평균기온이 31도를 넘기 시작한 6월 28일 이후 7월 8일까지 1,28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8명이 사망했다.(질병관리청. 7월 10일 발표) 온열질환자나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들 대부분 폭염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조건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폭염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우리는 다시 한번 규정은 명쾌하지만 해법은 쉽지 않은 난제를 안게 된다.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조건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24시간 폭염에 노출되는 삶이 쾌적한 삶이 아니라면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국민은 권리를 빼앗긴 것이다. 국가는 이들에게 쾌적한 삶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수단이 있는 것인가는 규정만큼 쉽지는 않다.


 
작업중지권(폭염 상황에서 작업 중지를 요청할 권리)은 살인적인 폭염 아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이 제도가 모든 노동자에게 평등하게 보장되고 있는가. 이 외에도 폭염노동 시 2시간 일한 후 '20분 휴식'과 (냉방시설을 갖춘) '휴게 공간' 확보는 가능한가. 

제도라는 그늘막은 대다수 노동자에게 너무 멀리 있다. 게다가 생사를 가르는 폭염 앞에 제도 밖 노동자들은 무방비 상태다. 2중, 3중의 불평등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폭염으로 내몰아 더 큰 재난이 됐다. 모든 사업장에서 불볕더위 대책을 의무 사항으로 두고 노동자들이 권리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냉방시설 없는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국민들 문제도 있다. 저소득층의 다섯 중 네 가구는 냉방시설이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고 추정된다. 지난해 폭염으로 34명이 사망했고 온열질환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책은 있을까. 


이들에게 냉방시설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많은 예산이 필요한 방법이며 설사 모든 가구에 설치한다 해도 그들이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엄청난 탄소배출도 문제다. 대안은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에 폭염과 장마 등 기후 재난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며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재난 앞에 배달·건설·주방·이주노동자 들은 헌법 35조가 보장하는 쾌적한 생활을 보장받지 못할 뿐더러 쾌적한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인데도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방치되는 '불평등한 사회'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있다.


폭염을 포함한 기후 재난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불평등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모두가 쾌적한 환경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 시민'이라 믿는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은행 소비자동향] 2026년 1월 소비심리 훈풍…'집값·금리 상승' 전망도 꿈틀 2026년 새해, 소비 심리가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8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달보다 1.0포인트 오른 수치로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과거 평균(2003~2025년)보다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6개월 전과 비..
  2. [수출입동향] 2026년 1월, 수출 600억 달러 시대 개막…반도체 끌고 미국·중국 밀었다 대한민국 수출이 2026년 새해 첫 달부터 유례 없는 대기록을 세우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6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3.9%나 급증한 658.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1월 수출 중 처음으로 600억 달러 선을 돌파한 실적이자 8개월 연속 해당 월의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수...
  3. [경제포커스] 연봉 올랐는데 실수령액은 그대로?…2026년 건보료·국민연금 동반 인상 김당황 씨는 지난달 연봉협상에서 5% 인상이라는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1월 월급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실수령액이 예상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연봉은 올랐는데 통장에 들어온 돈은 지난해 12월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월 월급날을 예상한 김 씨의 스토리다. 새...
  4. [한국은행 국내총생산] 2025년 GDP 1% 턱걸이 상승…4분기는 0.3% 감소 실질 GDP 속보치는 분기 마지막 월의 실적 자료를 모두 이용하지 못해 추후 공표할 GDP 잠정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한국 경제가 2025년 연간 1.0% 성장을 힘겹게 달성했다. 웃을 수만은 없는 성적표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5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3% 감소하며 '역성...
  5. [아이즈인터뷰] 정우신 시인, 불확실한 미래 그려내는 섬세한 상상력 안녕하세요? 시간 내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초대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에 앞서 가벼운 질문드립니다. 요즘 어찌 지내시고 계신가요?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듯 언제나 제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상에선 주어진 삶의 시간이 허비되지 않도록 루틴을 만들어 수...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