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이 최근 유럽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79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에 탑재될 거주구 블록 제작을 대선조선에 위탁했고 2026년 1월 첫 거구주 점등식을 가졌다(뒷줄 왼쪽에서 11번째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와 12번째 권민철 대선조선 대표)
부산 영도 앞바다에 자리 잡은 두 중형 조선사가 경쟁을 넘어선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조선 명가인 HJ중공업과 대선조선이 그 주인공이다.
HJ중공업은 자사가 수주한 대형 선박의 핵심 구조물 제작을 대선조선에 맡기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지역 조선업계에 새로운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HJ중공업은 최근 유럽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79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에 탑재될 '거주구(Deck House)' 블록 제작을 대선조선에 위탁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두 중형 조선사가 선박 거주구 제작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층 건물 높이 거구주에 대선조선 기술력 입혔다
양사가 협력하게 된 '거주구'는 선박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선박의 두뇌이자 심장 역할을 하는 핵심 구역이다. 이곳에는 선박을 조종하는 조종실(Bridge)과 각종 항해 장비, 그리고 30여 선원이 긴 항해 기간 먹고 자며 생활하는 선실과 편의시설이 집약돼 있다.
규모 또한 웅장하다. HJ중공업이 발주한 7900TEU급 컨테이너선의 거주구는 높이만 10층 건물과 맞먹는다.
덩치만 큰 것이 아니라 내부에는 고가의 레이더, 방향계, 위성항법장치(GPS) 등 첨단 통신·항해 장비가 설치돼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전선과 배관이 얽혀 있어 일반적인 선체 블록보다 제작 난도가 훨씬 높다.
생산성 위주의 일반 공정과는 달리 선원들의 생활 편의성과 조종 효율성까지 섬세하게 고려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HJ중공업은 이러한 고난도 작업을 믿고 맡길 파트너로 기술력이 검증된 대선조선을 낙점했다.
미 해군 MRO 수주에 조선소 즐거운 비명
HJ중공업이 자체 제작해 오던 거주구를 외부, 그것도 인근의 대선조선에 맡긴 배경에는 '즐거운 비명'이 숨어 있다.
최근 HJ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밀려드는 일감으로 야드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친환경 상선 수주가 이어진 데다 각종 특수선 건조 물량, 그리고 최근 새롭게 따낸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까지 더해지며 작업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이에 HJ중공업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한정된 조선소 부지 내에서 생산 유연성을 높이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부피가 크고 작업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거주구 제작을 외주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HJ중공업에는 공간 확보와 공정 효율화를, 대선조선에는 안정적인 일감 확보와 매출 증대를 가져다주는 완벽한 윈윈(Win-Win) 전략이다.
HJ중공업 로고
두 조선소 협력 불꽃 타오른 점등식
양사는 이미 첫 결실을 맛보았다. 지난달 대선조선이 제작한 첫 번째 거주구 블록이 완성돼 HJ중공업에 성공적으로 인도한 것이다. 인도를 앞두고 열린 점등식 현장에는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와 권민철 대선조선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점등식은 거주구 내의 복잡한 전기 배선과 계장 시스템, 전원 공급 장치들이 설계대로 완벽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최종 리허설과도 같다.
어두운 야드에서 거주구의 불이 환하게 켜지는 순간, 두 조선소 관계자들은 서로의 기술력과 협력에 박수를 보냈다. 이 첫 번째 블록을 시작으로 나머지 7척분의 거주구도 순차적으로 대선조선에서 제작되어 HJ중공업의 선박에 탑재될 예정이다.
HJ중공업은 "이번 거주구 위탁 제작은 하도급 계약을 넘어 부산 지역 조선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역내 공급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양사가 함께 성장할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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