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한미반도체 부사장
새해 벽두 한미반도체가 침묵을 깼다. 끊겼던 SK하이닉스의 수주 뱃길을 다시 열었고 애플 출신 베테랑 이명호 부사장을 지휘관으로 영입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던 '피크 아웃(고점 통과)'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할 여력을 만든 것이다. 14일 한미반도체 주가는 이 같은 소식에 힘입어 장 초반 5% 넘게 급등하며 화답했다.
멈췄던 수주 시계, 다시 돌아간다
한미반도체는 14일 SK하이닉스와 96억5000만 원 규모의 'TC 본더(열압착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2024년 매출 대비 1.73% 수준의 금액이지만 의미는 숫자 그 이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끊겼던 SK하이닉스의 장비 발주가 해가 바뀌자마자 재개됐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은 4월 1일까지다.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납기는 SK하이닉스의 장비 도입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이번 장비가 올해 본격 양산되는 6세대 HBM(HBM4) 공정에 투입될 'TC 본더 4'일 것으로 추정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을 위한 HBM4 최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주공장을 중심으로 한 생산 능력 확대 움직임과 맞물려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미반도체가 HBM(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 제조 장비인 'TC 본더 4' 생산을 시작했다. 사진은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 4'
애플이 키운 '패키징 장인', 한미반도체 구원투수로
기술력 방어와 글로벌 확장을 위한 승부수도 던졌다. 한미반도체는 이날 이명호 전 앰코테크놀로지 부사장을 신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애플에서만 10년을 근무하며 아이폰, 애플워치 등 핵심 제품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패키징과 배터리 보호 회로 개발을 총괄한 '패키징통'이다.
이 부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엔지니어링 매니저를 거쳐 JCET, 스태츠칩팩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25년 이상 현장을 누볐다.
기술 개발만 한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글로벌 고객사와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도 풍부하다. 한미반도체는 그에게 R&D와 영업 총괄을 동시에 맡겼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해외 빅테크 고객사를 직접 뚫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수출 절벽 우려 딛고 HBM4로 승부
한미반도체의 최근 분위기는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TC 본더 수출액이 급감하며 위기설이 고개를 들었다. HBM3E 투자가 일단락되고 차세대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가 2028년 이후로 미뤄지면서 실적 공백 우려가 커진 탓이다. 경쟁사인 한화세미텍의 추격도 거세다.
이번 수주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HBM4 초기 공정에서도 기존 TC 본더 기술이 여전히 핵심이다. 고객사들은 검증된 한미반도체 장비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HBM4용 장비 공급을 본격화하고 4분에는 차세대 '와이드 TC 본더'를 출시해 기술 격차를 벌릴 계획이다.
한미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