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국은행 10월 경상수지] 반도체·선박이 끌고 승용차 멈췄다···68.1억 달러 '불안한 흑자'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2-09 16:33:46

기사수정
  • - 반도체 25%·선박 135% 폭등하며 수출 주도
  • - 승용차 -12.6% 급락, 화공품도 13.1% 감소
  • - 수입은 원유 늘었지만 가스·석탄 줄며 1.5% 감소
  • - 서학개미들 엑소더스…해외 주식 투자 180억 달러 폭증

2025년 10월 대한민국 경상수지


대한민국 경제 성적표인 경상수지가 10월에도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와 조선업이 '형님 노릇'을 톡톡히 하며 흑자를 견인했지만, 믿었던 자동차와 철강 등 다른 주력 산업들이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5년 10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68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 그늘에서는 벗어났지만,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2024년 대비 2025년 월별 경상수지(억달러, %)


수출의 두 얼굴: 반도체·선박 '슈퍼 사이클' vs 승용차·화공품 '역주행'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78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558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줄었지만, 통관 기준(실제 물품 이동 기준)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품목별 온도 차가 극명하다.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건 단연 '반도체'와 '선박'이다. AI 열풍과 업황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은 158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5.2%나 급증했다. 


선박 수출 역시 46억2,0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보다 135.8%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수출 전선을 지켰다.


반면, 도로 위를 달리는 주력 수출품들은 멈춰 섰다. 승용차 수출은 52억5,000만 달러에 그치며 지난해보다 12.6%나 뒷걸음질 쳤다. 


화공품 역시 58억4,000만 달러로 13.1% 감소했고, 철강 제품도 14.1% 줄어들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특히 정보통신기기마저 6% 감소세를 보이며  IT 강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지역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동남아(11.1%)와 중남미(98.5%) 수출은 늘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16.1%)과 중국(-5.2%), EU(-2%) 수출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에너지 가격의 변덕···가스·석탄은 뚝 vs 원유는 쑥


수입은 480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5% 감소했다. 통관 기준으로 보면 원자재 수입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체 원자재 수입은 6.4% 줄었는데, 이는 가스와 석탄 수입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가스 수입액은 20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2%나 쪼그라들었고, 석탄 역시 18.6% 감소했다.


반면, 원유 수입은 70억6,000만 달러로 6.8%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도입 물량 자체는 3.4% 줄었지만, 도입 단가가 배럴당 87.3달러로 4.3% 오르면서 전체 수입액을 밀어 올렸다.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2.3%)는 소폭 늘었으나, 정보통신기기(-5.6%) 등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0.6% 감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재 수입이 9.9%나 늘었다는 점이다. 곡물 등 직접소비재는 10.8% 줄었지만, 내구소비재(43.4%)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월별 금융계정 및 자본수지(억달러)


여행수지 적자는 여전···배당소득이 그나마 효자 노릇


서비스수지는 여전히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행수지와 기타사업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37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여행수지 적자는 13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나마 본원소득수지가 29억4,000만 달러 흑자를 내며 경상수지 방어에 힘을 보탰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늘어나면서 배당소득수지가 22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덕분이다.



해외로 떠나는 개미들···증권투자 자산 역대급 증가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에서는 순자산이 68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학개미'들의 거침없는 행보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무려 172억7,000만 달러나 증가했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는 180억4,000만 달러 늘어나며 역대급 증가 폭을 기록했다. 


10월 국내 증시가 주춤하며 투자 자금이 해외로 대거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52억 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18억8,000만 달러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억 5,000만 달러 증가에 불과해  '투자 매력도' 측면에서 국내 시장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아이즈인터뷰] 허유미 시인, 물의 뿌리가 뿜어내는 숨비소리에서 핀 짜디짠 꽃밭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네, 반갑습니다. 이렇게 먼 곳에 사는 시인까지 그러니까 제주도까지 찾아주시고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 전에 요즘 생활의 관심사를 살짝 들어볼까요?  요즘은 '월동 준비를 어떻게 하나'로 고민을 넘어 고심하고 있습니다. 매년 염려하는 난방과 김장 그리고 저에게 겨울은 '창...
  2. 2025년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주인공 22세 이고은 "시 없인 삶 설명 못 해" 올해 《포엠피플》신인문학상은 22세 이고은 씨가 차지했다. 16일 인천시인협회 주관하고 인천 경운동 산업단지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51편의 경쟁작을 뚫고 받은 것이다. 행사 1부는 《포엠피플》 8호 발간(겨울호)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22년 2월, 문단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치 아래 창간된 계..
  3.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새우탕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 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오랜만에 휜 허리를 편다 윤기가 흐른다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분 만에 펼쳐지는 즉석바다, 분말스프가 노을빛으로 퍼진다 그 날도 그랬지 끓는점에 도달하던 마지막 1°는 네가 ...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
  5. 금감원, 고객정보 유출 알고도 '입 닫은' 미래에셋증권에 1.2억 과태료 미래에셋증권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장애 예방을 소홀히 해 투자자 피해를 유발하고,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에서는 비밀번호 없이 ID만으로 로그인되는 보안 사고가 일어났다.고객 개인신용정보를 유출하는 등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및 개인신용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10월 28일 미래에셋증..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