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현대제철이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스크랩(고철) 품질 높이기에 사활을 걸었다.
2032년까지 1700억 원을 투입해 폐자동차나 가전을 고순도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슈레더(Shredder)' 설비(철스크랩을 고속 회전 해머로 파쇄해 불순물 제거)를 도입해 저탄소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주목한 미래 경쟁력의 핵심은 다름 아닌 '파쇄'다. 슈레더 설비 신규 도입과 포항공장 및 당진제철소 철스크랩 선별 라인 구축에 나서는 것.
폐차·가전 갈아 만든 순도 99% 철스크랩
이 과정을 거치면 고철 덩어리는 철 함유량과 균질도가 월등히 높은 고급 철스크랩, 이른바 '슈레디드 스크랩(Shredded Scrap)'으로 다시 태어난다.
현대제철은 우선 220억 원을 투자해 경기 남부 지역에 슈레더를 비롯해 '파쇄선별-정제'로 이어지는 원료 고도화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 운영사를 통해 노폐 스크랩을 고급 철스크랩으로 가공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제철이 슈레더(Shredder) 도입을 위해 2032년까지 17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8년 경기 남부서 첫 가동…'파쇄·선별·정제' 원스톱
새로 도입되는 경기 남부권 원료 고도화 설비는 단순한 파쇄기가 아니다. 고속해머 파쇄설비는 물론 비철·비자성 분리 장치, 분진 집진 시스템, 품질 검사 및 이송 설비까지 갖춘 첨단 공정이다.
2027년 상반기 착공해 2028년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기술 확보를 위한 예열은 마쳤다. 슈레디드 스크랩 생산 외에도 일반적인 철스크랩을 고품질로 업그레이드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포항공장에 철스크랩 선별·정제 파일럿 설비를 도입해 내부 연구개발을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국책과제 신청을 통해 연구 범위를 더욱 넓혀나갈 방침이다.
'고로 방식' 대비 탄소 배출 25% '전기로 방식'
현대제철이 이토록 스크랩 품질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고급 철스크랩' 확보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 방식은 철광석과 석탄을 태우는 고로 방식보다 탄소 발생량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요 철강사들이 앞다퉈 신규 전기로를 도입하고 고부가 제품 생산을 늘리는 이유다.
문제는 공급이다. 우리나라 철스크랩 자급률은 80~90% 수준에 머물러 있어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현대제철은 금속제품을 생산하며 나오는 '생철' 확보에 그치지 않고, '노폐(老廢) 스크랩'을 가공해 품질을 높여 부족분을 메우는 '원료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현대제철 CI
협력사에 200억 수혈…2050 넷제로 향한 동행
현대제철은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전환과 수소 활용 방안 연구 등으로 2050년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기술 도입과 함께 생태계 조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파트너십을 통해 고급 철스크랩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겠다는 전략이다.
2023년 경북 김해 지역 대형 슈레더 공급사와 파트너십을 시작했고, 올해까지 희망 협력사 3곳에 200억 원 규모를 투자했다. 기존 협력사와는 폐기물 처리 시설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상생 협력의 폭도 넓히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스크랩 사용 확대를 위한 스크랩 가공 효율화 및 고품질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협력사와 상생해 탄소중립 체제 전환 기반 구축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