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사회 의결 없이 CEO 독단 주식투자?…금감원, 부산우리저축은행에 경영유의 9건 등 무더기 제재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2-23 13:17:54

기사수정
  • - 개선사항도 3건…총체적 도덕적 해이
  • - 의사록 조작…회의 미참석 이사가 투표?
  • - CEO가 주식 43종목 단타 매매…PF대출→일반대출

(부산)우리저축은행

은행 이사회에서는 이사록이 조작되고 있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일반대출인 척 가면을 쓰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 통제도 받지 않고 회사 돈으로 주식 투자를 감행했다.


부산 향토 금융사 우리저축은행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내부통제 붕괴' 실태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8일 우리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유의 9건과 개선사항 3건의 제재 조치를 통보했다.



회의 땐 없었는데 의사록엔 찬성?


은행의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핵심 기구다. 그런데 우리저축은행의 이사회 의사록은 소설에 가까웠다.


기타비상무이사 A씨는 지난해부터 검사착수일(2025년 9월 25일)까지 단 한 번도 이사회에 얼굴을 비친 적이 없다. 


다른 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의사록에는 버젓이 참석해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독단을 막기는커녕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거수기'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조작된 기록만 남긴 셈이다. 



(부산)우리저축은행 홈페이지

이사회 승인 없이 유가증권에 투자한 대표


견제 장치가 유명무실해진 틈을 타 대표의 독단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저축은행이 유가증권에 투자할 때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투자협의회와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저축은행은 검사 대상 기간 중 42개 상장 주식과 1개 ETF를 매매하면서 이 절차를 모두 무시했다. 


투자 전략이나 규모, 대상 선정에 대한 논의 없이 오직 대표 전결로 투자했다. 회삿돈이 대표 개인의 판단에 따라 위험 자산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PF대출이 일반대출로 둔갑


부실 뇌관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PF 대출 관리도 꼼수투성이였다. 저축은행은 실질적으로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기성고 대출이라면, 형식상 수분양자 대출이라도 PF 대출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저축은행은 생활형숙박시설 공사비 지원 목적의 대출을 일반대출로 분류했다. 덕분에 사업 타당성 검토도, PF 대출에 요구되는 대손충당금 적립도 피할 수 있었다. 


위험을 감추기 위해 장부상 분류를 조작한 셈이다. 심지어 대출 조건이 악화되는 변경 사항이 발생해도 이사회 승인 없이 실무진 선에서 통과시켰다.



땅값 재평가로 자본 확충한다?


재무 지표를 맞추기 위한 꼼수도 드러났다. 올 6월 말 기준 우리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4.64%로 동종 그룹 평균(18.47%)에 한참 못 미친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들은 '땅값 재평가'라는 형식을 빌렸다. 현금이 들어오는 유상증자 대신 보유 토지가를 재평가해 장부상 이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본을 부풀린 것이다.


또한 전체 대출의 44.3%가 부동산에 쏠려 있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은행 전체가 휘청일 수 있는 구조임에도 리스크 분산 노력은 미흡했다.



신용도 낮은데 금리는 더 싸게?


고객에게 적용되는 대출 금리도 원칙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졌다. 대출 금리는 차주의 신용도와 예상 손실률을 따져 결정해야 하는데 부산우리저축은행은 구체적인 기준 없이 담당자 재량에 의존했다.


당연히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기본 금리가 같음에도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신용도가 높은 사람보다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황당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내부 규정은 20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두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수두룩해 사실상 시스템이 아닌 관행으로 운영됐음이 드러났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은행 수출입물가] 2025년 11월, 환율·반도체 이중주로 수출물가 3.7% ↑ 2025년 11월, 우리 무역 현장에는 '환율'과 '반도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바람이 불었다. 1,450원을 훌쩍 넘긴 고환율은 수출입 물가 지표를 붉게 물들였고, 식지 않는 반도체 열기는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이른바 '킹달러'가 귀환했고, '반도체'는 질주했다. 한국은행 발표 '2025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
  2. [아이즈인터뷰] 이병국 시인, 시·공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입체적 감각의 문장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시와 평론 쓰는 이병국입니다. 반갑습니다.  한 해가 가기 전 꼭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요.  올해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연초부터 가을까지 박사 학위논문을 썼고 여름에는 아파트에 입주해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고 있네요.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하는 한 ...
  3. [가계대출동향] 2025년 11월, 은행권 대출문 잠그니 2금융권 열렸다 2025년의 끝자락, 정부의 강력한 대출 조이기 정책이 통계로 확인됐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상호금융과 보험사로 몰려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경고등이 커진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10일 발표한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1000억 원 증가했다. 10월 증...
  4.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2025년 11월, 대기업은 대출 러시 중…은행으로 몰린 돈 36조 2025년의 끝자락인 11월,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은행권의 고강도 대출 옥죄기가 효과를 발휘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기업들은 연말을 앞두고 곳간을 채우기 위해 6조 원이 넘는 돈을 빌리며 대출 창구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11월 중 금융시장 ...
  5. [새책] 이광수, 모두의 투자 이야기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왜 아직 주주가 아닌가? 한국 주식시장은 지금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 정부가 전면적인 증시 정상화와 금융 민주화를 추진하면서, 개인이 시장에 참여해 기회를 잡을 환경이 과거 어느 때보다 열려 있다. 많은 진보 성향 시민이 주식투자를 '부자들의 게임'으로 오해해 왔지만, 이제는 정책·시장·시민 참여가 맞물린 새로운 경제 민주화의 장이 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