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라보리 지음 /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18,000원
투쟁은 파멸을 자초하는 일이고, 억제는 위궤양, 편두통, 요통 등 심리적 원인에 의한 병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억제는 몸이 내리는 일종의 벌이다. 도피는 회사에 사표를 내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이혼을 결심하는 등의 물리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상상계로 도피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황소걸음에서 베르베르가 오랫동안 머리맡에 두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읽은 《도피 예찬》을 펴냈다. 시련에 맞닥뜨린 인간의 선택은 투쟁과 억제, 도피뿐이며, 현대사회는 물리적 투쟁을 금지하고 도피를 포기나 회피라는 반사회성의 증거로 여겨 억제를 선택하도록 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외과 의사이자 신경생물학자, 철학자인 앙리 라보리는 삶의 본질적인 요소에 관한 주제를 관통하는 인간의 행동, 인간이 맺는 사회적 관계, 사회구조에 관해 자신의 전공 분야 지식을 때로는 과학적이고 때로는 시적으로 풀어낸다.
베르베르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이나 억제보다 상상을 통한 도피를 택해왔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펴보곤 한다. 앙리 라보리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천재적인 통찰과 경이로운 문장으로 가득한 《도피 예찬》은 앙리 라보리 교수가 출판사의 요청을 받고 자신의 연구 성과를 대중적으로 풀어 쓴 유일한 책이다.
신경생물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상황에 놓인 인간 행동에 관한 분야, 인문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을 두루 섭렵한 라보리는 이 책에서 의식 있는 친구의 간결한 어조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자유와 죽음, 쾌락, 타인, 과거, 신앙 등 우리 삶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자문하게 만든다.
유일한 존재인 인간을 "수많은 요인이 살무사 무리처럼 얽히고설킨 채 (…) 자유로운 선택이 놓일 만한 여유 공간이 더는 없다"는 관점으로 우리의 물음에 답한다. 그러면서 생물학적 발견을 통해 우리의 자유로운 의지와 더 나아가 인격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앙리 라보리 (Henri Laborit)는 외과의사로 출발해 기초과학 연구로 방향을 전환했다. 외상 환자의 수술 쇼크를 막기 위한 인공 동면요법을 고안했으며, 이를 위해 최초의 신경안정제 클로르프로마진을 개발했다. 1951년 클로르프로마진을 정신질환 치료에 처음 도입했고, 향정신성 작용을 하는 수많은 분자를 발견했다. 《Biologie et structure(생물학과 구조)》(1968년), 《La Nouvelle grille(새로운 틀)》(1974년), 《La Colombe assassinée(살해된 비둘기)》(1983년) 등 과학과 철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등 인간 행동에 관한 책 30여 종을 집필했다.
서희정은 한국외대 불어과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번역을 가르쳤다. 《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창의적이고 거대한 잡탕의 진화론》 《자발적 고독》 《꽃가루받이 경제학》 《인상주의 : 일렁이는 색채, 순간의 빛》 등을 옮겼으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