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정수의 '불닭 자신감'···36년 만에 '우지' 꺼낸 삼양, '1963'으로 과거와 맞선다
  • 박영준
  • 등록 2025-11-03 10:51:40

기사수정
  • - 1989년 '우지 파동' 트라우마, '불닭'으로 정면 돌파
  • - 팜유 대신 우지 사용…80년대 고소한 풍미 재현
  • - 수출 80% '불닭, 내수 시장 명예회복까지 '두 마리 토끼'

1963년 삼양식품이 국내 최초로 '삼양라면'을 내놓았다

삼양식품이 1989년 '우지 파동' 이후 36년 만에 소기름(우지)으로 튀긴 라면을 다시 선보인다. 


3일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삼양라면 1963'을 공개한 것이다. 불닭볶음면의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내수 시장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삼양라면 1963'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최초 라면 '삼양라면'이 출시된 1963년을 기념한다. 


가장 큰 특징은 면을 팜유가 아닌 우지로 튀긴 점이다. 1980년대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의 꾸준한 재출시 요청을 반영한 결과다. 


우골(소뼈)로 만든 '별첨 액상 스프'를 더해 국물 맛을 차별화했다. 프리미엄 라인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농심 '신라면 블랙'과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는다.


'삼양라면 1963' 출시는 상징적이다. 삼양식품은 1960~80년대 시장점유율 70%대로 1위 기업이었으나, 1989년 '공업용 우지' 사용 의혹이 제기되며 몰락했다. 


이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인체 무해' 판정을 내리고 1997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지만, 이미지는 처참하게 훼손됐다. 점유율은 10%대로 추락했고, 삼양은 트라우마 속에서 모든 제품을 팜유로 대체해야 했다.


삼양식품이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게 된 데는 '불닭볶음면'의 공이 크다.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상반기 매출 80%를 수출에서 달성했고,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기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여기에 우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우지의 포화지방산 함량(43%)이 라면에 주로 쓰이는 팜유(50%)보다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부정적 인식이 완화된 것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6월 11일 밀양에서 열린 제2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신제품을 '불닭 원톱' 구조를 벗어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시도이자, 내수 시장 명예회복을 위한 행보로 분석한다. 


1963년, 창업주 전중윤 회장은 남대문 시장에서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서민들을 보고 배고픔 해결을 결심해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전중윤 회장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이 역할이 컸다. 김 부회장은 매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불닭볶음면 제작을 진두지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매출은 1조 원을 돌파했고, 주가는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로 등극했다. 주가 상승을 두고 일각에서는 엔비디아를 떠올리며 '면비디아'라 부를 정도다.


36년 전 치명타를 입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원조의 맛이 '불닭'의 성공을 업고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삼양라면 1963'을 통해 오명을 완전히 씻고 라면 1번가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모과의 귀지를 파내다 모과에 핀 얼룩을 손으로 쓱쓱 문지르니점액질이 끈끈하게 배어 나온다얼굴에 핀 검버섯처럼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반짝거린다 모과의 귀에 면봉을 깊숙이 넣으니갈색의 가루가 묻어 나온다너는 그것이 벌레의 똥이라고 우기고나는 달빛을 밟던 고양이들의 발소리라 하고천둥소리에 놀라 날아들던 새의 날갯짓 소리라 하고새벽바람에 잔..
  2. [새책] 20대 청년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세계 바꿀 가장 날카로운 무기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는 지금, 왜 다시 마르크스주의를 읽어야 할까? 1%의 부자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가 계속되면 마르크스주의는 다시 부활할까?오월의봄에서 20대 청년 이찬용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을 펴냈다. 그동안 나온 마르크스주의 책들은 대부분 오래됐거...
  3. 2025년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주인공 22세 이고은 "시 없인 삶 설명 못 해" 올해 《포엠피플》신인문학상은 22세 이고은 씨가 차지했다. 16일 인천시인협회 주관하고 인천 경운동 산업단지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51편의 경쟁작을 뚫고 받은 것이다. 행사 1부는 《포엠피플》 8호 발간(겨울호)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22년 2월, 문단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치 아래 창간된 계..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새우탕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 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오랜만에 휜 허리를 편다 윤기가 흐른다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분 만에 펼쳐지는 즉석바다, 분말스프가 노을빛으로 퍼진다 그 날도 그랬지 끓는점에 도달하던 마지막 1°는 네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