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지음 / 창비 / 12,000원
벗들은 여전히 나를 견디어줄까
길섶 드리워진 그늘마다 다시 짙을까
눈도 한번 감지 못하고
담아두어야 하는 것들이
나를 너에게 데려다줄까
- 시인의 말
창비에서 박준의 세 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를 펴냈다. 그리움과 상실마저 아릿한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미덕을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성찰과 더욱 섬세해진 시어로 전작들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살면서 놓쳐버린 것들, 어느새 잊힌 것들의 빈자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시대와 개인 모두와 조응하며 남다른 공감을 선사한다. 이제니 시인은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함께 앉아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시집"이라 했다. 박준의 위로가 고요히 존재하는 삶들에 불어넣는 숨결이 어느 때보다 따듯하다.
‘당신’을 향한 애정 어린 호명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독자들은 박준 시에 등장하는 ‘당신’에 특별한 친근감을 느껴왔는데, 이는 그 호명이 단순한 연애감정을 아득히 초월해 존재의 깊은 곳에 가닿기 때문이다.
"하나의 답을 정한 것은 나였고/무수한 답을 아는 것은 당신이었다"(「귀로」)는 구절에서 보듯이 시인의 '당신'은 "존재의 높은 이름”(해설, 송종원)이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이들을 높임으로써 “시인을 배움으로 이끄는 것은 물론 사람 안의 하늘을 경험하게 해준다.”(해설)
박준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계절 산문》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