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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사과 온라인
  • 어향숙 시인
  • 등록 2025-02-09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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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세상이다

사과로 두 권의 시집을 사고 슬픈 영화 한 편을 봤다
슬픈 영화도 사과로 보면 슬프지 않다
눈 뜨자마자 사과를 켜 놓는다
나는 닫고 먼지처럼 일어나는 누군가의 귀 언저리와 목소리를 켜 놓는다
사과를 쪼개면 사방연속무늬 시간의 무덤이 보인다
나까지 백 속에 스티브 잡스의 무덤을 넣고 다닌다
벌레의 이름으로 119를 부르고 새의 이름으로 말기 췌장암 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짐승의 기호로 딸을 불러낸다
무럭무럭 사과가 자라나는 사과 세상을 만들고 그는 사과 뉴스를 들으며 죽었다
에덴동산으로부터 시작된 사과 사건
백설공주가 먹고 쓰러진 독 사과로부터
빌헬름 텔의 아슬아슬한 사과
여신들의 싸움판에도 황금 사과가 끼어든다
뉴턴을 향해 떨어지던 사과나무를 심고
꽃 사과 코스가 있는 애플 밸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스피노자와 잡스가 심은 두 그루의 사과 위에서
우리는 끝없이 얼음을 지친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소리 없는 물속으로 들어간다
울고불고 사과에 목을 매다 컬러풀한 사과를 들고 잠든다
사과는 내 사랑


-최문자 시인의 시 '사과 온라인' 전문

 


이 시는 최문자 시인의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 에 수록된 시다.

'갤럭시'를 사용하던 아들이 애플의 '아이폰'으로 휴대폰을 바꿨다. 친구들이 '아재폰'이라고 놀린다고, 정치인도 비밀번호로 신변을 보호받았다며 이유를 둘러댄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익숙한 갤럭시 노트를 사용하지만


온통 사과(애플)세상이 된 것 같다. 요즘은 사과로 쇼핑도 하고 신문도 읽고 영화도 본다. 맞춰놓은 알람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사과를 충전하며 잠자리에 든다. 아이도,어른도 순간순간 얼음 지치듯 손가락으로 액정 화면을 문지르기 바쁘다.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사과"는 뉴턴의 "사과"에서 오늘날 "사과 온라인"까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중요한 과일인 동시에 여러 의미를 내포하는 메타포로 등장하여 불멸을 염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다. 앞으로 아들의 사과 사랑은 계속될 거 같다.


"사과" 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세태를 재밌게 풍자한 시다.

아들에게 사과도 힘들어 쉬고 싶을 때가 있을 거라고, 가끔 혼자있는 시간을 주면 좋겠다고 말해 보지만....


덧붙이는 글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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