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상수지]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7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자료: 한국은행)
얼어붙었던 세계 경제의 틈새로 대한민국의 수출 엔진이 다시금 힘찬 구동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 흑자를 견인한 주역은 단연 '상품수지'다. 수출과 수입의 치열한 줄다리기 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성과를 이뤄냈는지, 품목과 지역을 넘나들며 그 내막을 상세히 들여다보자.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7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굳건하게 버텨낸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증명하는 청신호다.
상품수지 81.8억 달러 흑자, 수출입 동반 호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81.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상품수지다. 2월 전체 수출은 537.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하며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수입 역시 456.1억 달러로 1.3% 늘어났지만, 수출 증가 폭이 이를 상회하며 두둑한 흑자 곳간을 채웠다.
통관 기준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2월 수출은 524.5억 달러로 전년 대비 0.7% 소폭 상승했는데, 선박을 제외할 경우 증가율은 1.1%로 뛴다. 이는 특정 품목에 의존하지 않고 전반적인 수출 산업의 체력이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2월 수입은 483.0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에너지류를 제외할 경우 수입 증가율이 7.5%로 대폭 뛴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내 산업의 회복세에 따라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입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은행 경상수지]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7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자료: 한국은행)
승용차와 정보통신 웃고, 반도체와 선박 울고
품목별 수출 지도를 펼쳐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그간 한국 수출을 이끌었던 반도체는 98.0억 달러를 수출하며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해 아쉬움을 남겼다. 선박 역시 14.6억 달러 수출로 11.4% 급감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빈자리를 다른 주력 품목들이 든든하게 채웠다. 특히 승용차 수출이 58.5억 달러를 기록하며 무려 18.8%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정보통신기기 역시 29.0억 달러를 수출하며 17.5% 급증, 새로운 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주력 산업 간의 릴레이 호조는 대외 충격을 흡수하고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자본재·소비재 수입 기지개, 원자재는 숨 고르기
수입 품목의 변화는 국내 산업의 체질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지표다. 2월 수입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자재 수입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이 기지개를 켰다는 점이다.
원자재 수입은 225.9억 달러로 9.1% 감소했는데, 특히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원유 수입이 16.9%나 급감한 61.3억 달러를 기록했다. 가스와 석탄 수입 역시 각각 26.7%, 32.7% 감소하며 원자재 수입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자본재 수입은 175.6억 달러로 9.3% 증가하며 눈길을 끌었다. 기계류 및 정밀기기(19.4% 증가)와 반도체 제조장비(33.5% 증가)의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국내 기업들이 미래 성장을 위한 설비 투자를 다시 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소비재 수입 역시 81.5억 달러로 11.7% 증가 전환하며 내수 시장의 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직접소비재(15.9% 증가)와 내구소비재(18.1% 증가)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경상수지]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7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자료: 한국은행)
동남아·미국 시장 훈풍, 중국·유럽은 한파
수출 영토별로는 훈풍과 한파가 공존했다. 동남아와 미국 시장이 한국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동남아로의 수출은 142.2억 달러를 기록하며 9.2%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대미 수출 역시 99.1억 달러로 1.0% 상승하며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이들 지역의 견조한 수요가 전체 수출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반면, 일본과 EU 시장은 여전히 매서운 겨울을 나고 있다. 대일 수출은 22.6억 달러로 4.8% 감소했고, 대EU 수출 역시 52.1억 달러로 8.1% 역성장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95.1억 달러로 1.4% 감소하며 아직 뚜렷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행수지 적자 속 배당소득 흑자, 금융계정 자산 증가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다른 지표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비스수지는 3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인해 여행수지가 14.5억 달러의 적자를 냈고, 기타사업서비스에서도 10.8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반면,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6.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 흑자에 힘을 보탰다.
금융계정은 49.6억 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45.5억 달러 증가하고, 해외 증권투자 역시 주식을 중심으로 무려 132.0억 달러나 급증하며 글로벌 자산 배분에 나서는 모습이 뚜렷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역시 직접투자는 9.1억 달러, 증권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22.4억 달러 증가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