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띄울수록 오히려 적자가 커지는 딜레마에 빠진 항공사들은 노선 운휴와 할증료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뉴스아이즈 AI]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 먹구름이 끼었다. 고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항공기 운항 원가의 핵심인 유류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계에 따르면 14∼20일 기준 세계 평균 항공유 가격은 전주 대비 12.6% 오른 배럴당 197달러를 기록해 전달 평균보다 105.8%나 올랐다.
비행기를 띄울수록 오히려 적자가 커지는 딜레마에 빠진 항공사들은 노선 운휴와 할증료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바야흐로 생존을 건 LCC 업계의 뼈 깎는 자구책 릴레이가 시작됐다.
장거리 공격 투자 부메랑…티웨이항공 비상경영 돌입
이번 사태의 충격을 가장 먼저 온몸으로 맞은 곳은 티웨이항공이다. 최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선제적으로 늘리며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던 터라 고유가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위기감을 느낀 티웨이항공은 16일 '전사적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비용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당장의 출혈을 막기 위한 첫 번째 해결책은 고객 운임 인상이다. 티웨이항공은 4월에 발권하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전월 대비 최대 3배 이상 큰 폭으로 올렸다. 특히 기름 소모가 많은 유럽이나 호주 시드니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기존 6만7600원이던 유류할증료가 21만3900원으로 훌쩍 뛰었다.
항공권 본연의 가격보다 부가적인 유류비가 더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월 30일부터는 국제선 초과 수하물 요금까지 인상하며 추가적인 현금 확보에 나섰다.
치솟는 연료비 방어전…제주항공도 할증료 대폭 인상
제주항공 역시 급증하는 유류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유류할증료 대폭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주항공은 4월 발권하는 한국 출발 국제선 항공권에 편도 기준 4만3360원~10만1670원(29∼68달러)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3월 기준 1만3460원~3만2890원(9∼22달러)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3배 넘게 뛴 수치다.
항공사 입장에서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항공유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항공사들이 짊어져야 할 원가 상승의 압박이 소비자들의 항공권 가격 부담으로 고스란히 옮겨가면서, 자칫 어렵게 회복한 해외여행 심리마저 다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 띄우는 게 남는 장사?…에어부산·에어로케이 노선 감축
일부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 실질적인 노선 비운항(운휴) 조치에 돌입했다.
에어부산은 4월 3주 차부터 4주 차까지 부산에서 출발하는 베트남 다낭과 필리핀 세부 일부 노선의 운항을 쉰다. 주 4회 운항하던 부산~괌 노선 역시 4월 8일부터 30일까지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
회사 측은 공식적으로 사업계획 변경을 사유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고유가에 따른 불가피한 감편 조치로 해석한다.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삼는 항공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주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에어로케이도 수익성이 곤두박질친 국제선 노선 감축에 동참했다.
에어로케이는 4월부터 6월 사이 청주에서 출발하는 일본 이바라키와 나리타, 필리핀 클락, 몽골 울란바토르 등 국제선 4개 노선에 대해 일부 비운항 계획을 공지했다.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 역시 항공유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로스앤젤레스(LA) 노선 운항을 30% 감축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LCC 업계가 이번 위기를 딛고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기적인 '지혈'을 넘어 근본적인 수익 구조를 개편해야만 험난한 고유가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