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CI
"고객님, 이 펀드 요즘 수익률 좋습니다. 한번 담아보시죠."
창구 직원의 친절한 권유를 믿고 펀드에 가입했던 고객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 추천 뒤에 증권사 직원들의 '공짜 미국 여행' 티켓이 오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나증권이 특정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해 주는 대가로 직원들의 해외연수 비용을 지원받은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골프리조트와 관광이 포함된 리베이트였다.
'특정 금융투자상품 투자권유 관련 재산적 이익 수령'으로 이에 금감원이 하나증권 퇴직 임직원에 '위법·부당사항'(견책 상당) 제재 조치를 했다.
900억 원어치 펀드 팔아준 대가는 'LA행 티켓'
사건의 전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증권은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A자산운용(옛 B주식회사)이 자문한 펀드 224억 원어치를 팔았다.
이어 2017년 9월 ~ 2018년 7월에도 A자산운용이 직접 운용한 펀드 697억 원어치를 팔았다. 2년여 동안 한 운용사 상품을 무려 900억 원 넘게 팔아치운 셈이다.
자본시장법 제71조에 따르면, 투자중개업자는 특정 상품의 매매를 권유한 대가로 이해관계자로부터 재산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고객에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상품을 추천해야 할 금융사는 기본 책무를 지킬 의무가 있어서다. 하나증권은 이 원칙을 보란 듯이 어겼다.
1700만원 호화 연수···호텔·골프리조트·식비 등 받아
펀드를 팔아준 대가는 달콤했다. 하나증권 직원은 2017년 6월과 2018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A자산운용 등 펀드 이해관계자로부터 '판매 우수 점포 직원 해외연수'라는 명목으로 1710만 원 상당의 재산적 이익을 받았다.
명목은 '연수'였지만, 실상은 '포상 휴가'에 가까웠다. 지원 대상은 본점 C팀 직원 1명과 펀드를 많이 판 우수 점포인 D점포 직원 4명이었다.
이들은 미국 LA로 가는 국제선 항공권은 물론, 호텔과 골프리조트 숙박비, 식비, 각종 체재비용을 받았다. 고객들이 낸 수수료로 운영되는 금융회사들이 뒤로는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며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임직원(퇴직자) 1명만 '견책 상당' 제재를 받았다. 전 직원이기에 실질적인 인사상 불이익도 없다. 그나마 그 기록이 향후 재취업 등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900억 원대 펀드 판매를 알선해 금융회사의 신뢰도를 훼손한 행위를 따져보면, 처벌 수위는 낮다. 고객 자산을 불려줘야 할 증권사가 특정 운용사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그 대가로 사적 편익을 취한 것은 이해상충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