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외부 직원 만능키에 뚫린 보안…금감원, 우리은행에 과태료 등 제재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2-11 08:00:01

기사수정
  • - 외부 직원에게 '전산망 프리패스' 쥐여준 셈
  • - 망분리 원칙 무시…160만 회 접속 허용
  • - '비밀 기능'으로 고객 정보 주무른 외주 직원들
  • - 금감원, 과태료 5000만 원 및 임직원 제재

우리은행

은행 창구 직원이 보는 화면 어딘가를 클릭했더니, 갑자기 고객의 신용 정보를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관리자 모드'가 뜬다면?


영화 속 해커들 얘기 같지만, 우리은행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외부 용역 업체 직원들이 은행 전산망에 '비밀 통로'를 만들어 놓고 고객의 핵심 금융 정보를 제집 드나들듯 헤집고 다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5일, 우리은행에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 등으로 과태료 5000만 원을, 관련 임직원에게는 퇴직자 위법·부당사항(주의 상당)과 자율처리 필요사항 제재를 했다.



외부업체에 전산실 '프리패스' 열어준 우리은행


은행 전산실은 고객의 돈과 정보가 흐르는 심장부다. 그래서 법적으로 내부 전산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철저히 분리하는 '망분리'가 의무화돼 있다. 해킹을 막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우리은행은 2021년 10월부터 약 두 달간, 시스템 개발을 맡은 외주업체 A사에게 전산실 내부에서 외부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게 허용했다. 


A사 직원들은 내부 단말기 444대를 이용해 외부 인터넷 사이트에 무려 162만9242회나 접속했다. 보안을 위해 막아야 할 구멍을 160만 번이나 뚫어준 셈이다.


심지어 원격 접속 통제도 엉망이었다. 비상 상황이 아니면 허용되지 않는 외부 원격 접속을 '오류 확인'이나 '시스템 작업' 같은 일상 업무를 이유로 242회나 허가했다. 보안 정책을 관리하는 시스템조차 외부 단말기에서 1558회나 무방비로 접속됐다.



업체가 만든 '비밀 기능'…데이터 원장 조회·수정까지 무방비 


더 충격적인 건 '숨겨진 기능'이다. 금융회사는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고칠 때 제3자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누군가 악의적인 코드를 심거나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2018년부터 2021년 말까지 외주업체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통합단말 화면 116개에 은행이 요청하지도 않은 '수상한 기능'이 심어졌다. 


영업점 직원이 보는 화면의 특정 부분을 클릭하면, 데이터 원장을 직접 조회하고 수정할 수 있는 '비밀 창'이 뜨는 기능이었다. 


외주업체는 이를 '오류 발생 시 긴급 조치용'이라 했지만, 사실상 은행의 감시망을 피한 '만능키'였다.



고객 정보 1235번이나 변경되도록 까맣게 모른 우리은행


이 만능키는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외주업체 직원 14명은 이 기능을 이용해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고객의 여신(대출) 신청 및 심사 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1,235회나 무단으로 변경했다.


고객의 신용 등급이나 대출 심사 결과가 바뀔 수도 있는 치명적인 데이터(원장)를, 은행 정직원도 아닌 외주업체 직원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주무른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들이 1000번 넘게 데이터를 뜯어고치는 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고객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이 기본 원칙을 무시할 때 어떤 구멍이 뚫리는지, 우리은행 사태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은행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2026년 1월 이후 '달러 약세에도 원화 뒷걸음' 2026년 새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과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훈풍이 불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주요국 증시는 상승세를 탔으며 '킹달러'의 위세도 한풀 꺾여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외환시장의 풍경은 달랐다. 달러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가치는 오히...
  2. [관세청 수출입현황] 2026년 1월 수출 658억달러 ‘역대 최대’…8개월 연속 증가 2026년 1월 수출이 658억 달러로 역대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6년 1월 수출입 확정치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8% 증가한 658억 달러, 수입은 11.6% 늘어난 571억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8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월 수출은 반도체와 승용차 등 주력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8개...
  3.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2026년 1월 코스피 5300시대 개막…펀드 91.9조 유입 2026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자금이 대이동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는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반면 증시를 향한 투자 자금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유례없는 53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펄펄 끓어오르자 시중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쫓아 방향을 튼 결과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관리 기조 속에 주춤.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삼월에 눈이 오면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다시 올리브 빛으로 ...
  5. '60% 마진의 기적' 삼천당제약, 아일리아 시밀러로 화려한 부활 오랫동안 공들여온 연구개발의 씨앗이 마침내 황금 열매를 맺었다. 삼천당제약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수익성을 증명하며 흑자 전환 드라마를 썼다. 그 중심에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글로벌 안과 질환 치료제)가 있었다.삼천당제약(10일 발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