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동의하고 구매하기'와 '나중에 결정하고 구매하기' 결제버튼 화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콘텐츠웨이브, NHN벅스, 스포티파이 등 4개 통신판매사업자의 기만적인 소비자 유인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1,050만 원을 부과했다. (쿠팡 250만 원, 콘텐츠웨이브 400만 원, 엔에이치엔벅스 300만 원, 스포티파이 100만 원)
이들 업체는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다크 패턴(Dark Pattern)'을 사용해 멤버십 가격 인상 동의를 유도하거나,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의 '꼼수' 동의…결제 버튼에 숨긴 가격 인상
쿠팡은 유료 멤버십(와우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는 과정에서 기만적인 방법으로 기존 고객의 동의를 유도했다.
쿠팡은 지난해 4월 16일부터 쇼핑몰 앱 초기화면에 가격 인상 동의 팝업창을 띄웠다.
이 과정에서 즉시 동의를 의미하는 '동의하고 혜택 계속 받기' 버튼은 눈에 잘 띄는 파란색으로 화면 중앙 하단에 크게 배치했다.
동의를 보류하는 '나중에 하기' 버튼은 알아보기 힘든 흰색으로 우측 상단에 작게 표시했다.
상품 결제 단계에서는 더 교묘했다. 소비자가 무심코 누르던 기존 파란색 '결제하기' 버튼 문구를 '(가격인상에) 동의하고 구매하기' 등으로 몰래 바꿨다.
가격 인상 동의를 보류하는 '나중에 결정하고 구매하기' 버튼은 배경과 같은 흰색으로 만들어 파란색 버튼 바로 위에 배치해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격 인상에 동의하게 되거나, 동의를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쿠팡의 '동의하고 혜택 계속 받기'와 '나중에 하기'
"해지는 되는데 환불은 NO"…웨이브·벅스의 숨바꼭질
콘텐츠웨이브와 NHN벅스는 소비자의 정당한 환불 권리를 방해했다. 이들 업체는 구독 서비스 해지 방식으로 '일반해지'와 '중도해지' 두 가지를 운영했다.
일반해지는 다음 달부터 결제가 안 되도록 예약하는 것이고, 중도해지는 즉시 해지하고 남은 기간만큼 환불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용권 구매나 해지 단계, FAQ 페이지 등에서 환불이 가능한 '중도해지'가 가능하다는 사실과 그 방법, 효과 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일반해지' 중심으로 안내하며 소비자들이 중도해지를 통해 요금을 환불받을 기회를 차단한 것이다.
(콘텐츠웨이브) 웹브라우저 화면(이용권)
NH벅스 웹 이용권 해지 화면
정보제공 '깜깜'…벅스·스포티파이의 '배짱 영업'
NHN벅스와 스포티파이는 상품 및 거래조건에 관한 중요 정보 제공 의무를 위반했다.
이들은 '벅스' 및 '스포티파이' 웹브라우저와 모바일 앱에서 유료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계약 체결 전 소비자가 알아야 할 청약 철회의 기한, 방법, 효과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거나 고지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이버몰 운영자의 신원 표시 의무도 위반했다.
월정액 기반의 유료 구독형 멤버십 상품인 'Spotify Premium 멤버십'을 판매하면서 웹과 모바일 앱 초기화면에 상호, 대표자 성명, 주소, 사업자등록번호 등 기본적인 사업자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영업한 것이다.

구독경제의 그늘, '다크 패턴'의 덫
이번 사태는 구독 경제의 급성장 이면에 숨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사업자들은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해 이익을 취하는 '다크 패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의 경우,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어렵게 만드는 복잡한 절차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넷플릭스, 왓챠 등 다른 구독 서비스 사업자들이 '중도해지'를 도입하지 않고 '일반해지'만 허용하는 행위가 법 위반인지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구독 경제 모델에서 어떤 해지 방식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관련 법규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업자들의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구독경제시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소비자의 해지권을 명확히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공정위는 향후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시 엄정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